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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동안 북미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그의 이번 방한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건, 文대통령 예방…외교·통일 당국자 잇딴 면담
외교부 등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8월말 이후 약 4개월만이다. 이날 방한에는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동행한다.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들과 만나 북한에 관해 긴밀하게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8년 9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역시 예정돼 있다. 당시 북미 협상은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한편으로는 특사단 방북 이후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중대 기로에 놓여있었다.
최근 상황도 1년 전과 유사하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미 대화가 단절되고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과 함께 앞으로의 상황 관리 및 북미 협상 돌파구 마련에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대북 메시지 주목…北 접촉 성사 여부도 관심
더욱이 그의 방한기간 동안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도 대두된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중대 시험’을 진행하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있어 북미간 만남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비건 대표는 지난해 12월 19~21일 방한했을 때에도 북측 인사와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나홀로 판문점을 방문한 바 있다. 특히 그의 방한 이후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당시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와 미국인의 북한 여행 제한 완화 계획을 알렸다.
이에 따라 이번 방한 길에 비건 대표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을 제시할 경우 북미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건 대표는 이날 한국행 비행기 탑승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북한은 북미 대화가 실패할 것으로 보고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입장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아슬아슬한 도발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비건이 유화적 메시지를 던지더라도 북한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