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백수오 결론, 침묵에 빠진 여의도

  • 등록 2015-05-01 오전 10:32:23

    수정 2015-05-01 오전 10:32:23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여의도 증권가가 ‘백수오 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시가총액 1조 7000억 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던 내츄럴엔도텍(168330) 주가가 7거래일 만에 60.6% 급락했다.

증권사 분석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쌓여 있는 매도 잔량 탓에 팔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런데도 목표주가 10만 원을 제시하며 내츄럴엔도텍 주가 전망을 낙관했던 많은 증권사는 묵묵부답이다.

최종 투자 판단은 개인의 몫이지만 전문가라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믿었던 투자자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태가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일반 업종 분석 애널리스트와 달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산업군의 상장사를 상대로 분석작업을 한다. 나름 꼼꼼하게 분석해서 보고서를 낸다고 하지만 외부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의심하거나 허가받은 제품의 성분에 대해 검증하는 경우는 없다.

더구나 증권사는 스몰캡 애널리스트가 산업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핫’한 종목을 시의적절하게 발굴하기를 바란다. 기업탐방이 몰릴 땐 하루에도 2~3곳의 기업을 탐방하다 보니 분석의 깊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10년 이상 분석 업무를 담당한 애널리스트는 “허가받은 제품이 홈쇼핑과 대형 마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며 “소비자 반응도 좋은 제품인 데 이걸 의심하고 성분 분석을 따로 맡긴 뒤에 분석했어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백수오 사태’ 같은 일이 왕왕 벌어진다. 2011년 9월 삼성중공업으로 인수될 뻔했다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신텍(현 한솔신텍) 사태 때 몇몇 증권사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이 인수할 정도로 신텍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매수’ 추천했지만,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현금화할 기회조차 사라진 것. 다행히 한솔그룹이 인수하면서 거래가 재개됐지만, 투자자들은 작지 않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거래 정지 직전 보고서를 냈던 미래에셋증권은 사과문을 통해 “해당 애널리스트가 신의성실에 따라 기업을 분석했지만 투자자 여러분께 결과적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애널리스트의 책임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주식시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드문 사태라며 예측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다며 무야무야됐다. ‘리서치센터 자체적으로 앞으로 신중하게 분석하겠다’ 선에서 마무리됐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업무에 대한 시스템 정비가 되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숫자 채우기 식으로 탐방 보고서를 내거나 투자의견을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외부로 분석보고서가 나가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태가 벌어지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애널리스트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사태만 보더라도 손실을 보고서도 팔 수 있는 기회는 몇 차례 있었다. 분석을 담당했던 애널리스트가 침묵하면서 투자자들이 방치되는 결과를 빚었다. 이런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금융투자업계가 신뢰를 얻기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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