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의 못다한 이야기]포수는 감독의 분신이다

  • 등록 2007-07-03 오전 10:51:41

    수정 2007-07-03 오전 10:53:38

[이데일리 SPN 이순철 칼럼니스트] 현대야구에서 포수가 얼마나 중요하는지는 경기만 찬찬히 지켜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감독은 안에서 경기를 조율해 가지만 포수는 운동장내에서 야전사령관처럼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흔히 포수를 감독의 분신이라고 부른다.

포수는 전체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경기 운영능력과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팀 투수들의 장.단점과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 그리고 상황 판단 등 이 모든것을 갖추어야한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것을 알려고 얼마나 노력하느냐는 것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구종 선택 하나가 승패를 좌우할 때가 너무 많다는것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보고 있다. 지금 순위를 봐도 포수가 안정된 팀이 대부분 상위권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수있다.

▲ SK 박경완
볼 카운트는 12가지로 나뉜다. 이를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투수가 불리한 카운트(0~2. 1~2. 1~3. 2~3. 0~3 )일때는 어떤 구종을 가지고 타자를 범타로 유도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유리한 카운트(1~1. 1~0. 2~1. 2~0. 2~2 )는 어떤 유인구를 던져서 타자를 속일것인가를 생각해 볼배합을 해야 한다. 유리하지도 않고 불리하지도 않은 카운트(0~0. 0~1)일때는 어떤 구종(투수가 잘 던질 수 있는 공 혹은,타자의 약점 및 노림수 체크)을 선택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지고 하겠지만 야구가 살아있는 한 앞서 언급한 카운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타자를 상대할 때 머리 싸움에서 판단이 서지않으면 반드시 유인구를 던져서 스트라이드를 체크해야 한다. 변화구를 노리는 타자와 직구를 노리는 타자의 스트라이드는 반드시 차이가 나타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구와 카운트 잡는 구를 던질때는 앉는 자리도 홈플레트에서 너무 넓게 옮기면 안된다. 잘못하면 투구수가 많아지고 제구력이 떨어지는 투수는 볼넷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의표를 찌르는 볼 배합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실제로는 자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말 그대로 자주하지 않아야 의표를 찌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우리 투수, 상대 타자, 상황 판단 그리고 자기생각을 잘 엮을수 있을 것인가다. 이 부분이야 말로 포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투수들의 협조가 있어야 하겠지만 포수들이 평소에 투수들에게 많은 신뢰를 받고 있다면 큰 문제없이 해결되리라 믿는다.

앞서 밝힌 네가지 문제를 깊이있게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훌륭한 포수가 될수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포수는 어렵고 힘든 포지션이다. 하지만 매순간 구종선택을 잘해 타자를 잡아낼때 그 쾌감은 포수 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때문에 또 다른 묘미가 있는 자리이기도 한것이다.

중계를 하면서 볼배합을 포함해 포수들의 많은 부분을 지적하곤 한다. 야구의 묘미는 포수의 볼배합에서부터 느낄 수 있고 포수가 강해야만 팀이 안정되고 더 수준높은 야구가 가능해진다는 믿음이 있기때문이다. 애정 어린 충고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 MBC-ESP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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