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간밤에 미국증시가 상승 마감했으나 장 중반 국제유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에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만큼 국내 증시도 유가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조3000억달러 대출 지원을 위한 기구를 도입, 부실채권도 사들인다는 발표로 미국 증시는 급등했다”며 “그러나 국제 유가가 10% 가까이 급락해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85.80포인트(1.22%) 상승한 2만3719.3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9.84포인트(1.45%) 오른 2789.82에, 나스닥지수는 62.67포인트(0.77%) 상승한 8153.58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연준은 성명을 통해 기업 대출과 회사채와 지방채 매입 등에 2조3000억달러(2800조원)의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정크본드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까지 사들이겠다는 결정까지 들어 있어, 시장의 기대에 들어맞는 조치로 풀이된다. CNBC방송은 “연준이 더 큰 바주카포를 쐈다”고 평가했다.
이날 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3%(2.33달러) 내린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으로 구성된 10개국 석유수출 협의체인 OPEC+가 오는 5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1000만 배럴 감산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아직 없는 점 등이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연준의 이러한 전례 없는 조치에도 국제유가의 하락 마감이 미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만큼 국내 증시도 이를 피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한때 12% 급등하기도 했으나 결국 9% 하락으로 마감하는 등 변동성을 키운 점은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 증시에서 그동안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가 급락하고 대형기술주가 부진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 또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줘 하락 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