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공포’ 확산···국내 대학 행사까지 '불똥'

질병관리본부, 외교부에 감염 의심자 ‘입국 연기’ 요청
덕성여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대회’ 취소 청원 봇물
  • 등록 2014-08-03 오후 6:12:51

    수정 2014-08-03 오후 6:36:42

[이데일리 신하영 염지현 기자] 치사율이 90%에 달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입국자 단속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3일 외교부에 감염 국가에 체류했던 국민 중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의 입국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의 국가를 방문했거나 체류 중인 사람 중 발열·오한·구토 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한 단속에 들어간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발병 국가인 시에라리온·기니·라이베리아에는 모두 170명의 재외동포가 거주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공항 내 열감지 카메라를 이용해 해당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건강 설문지 문항도 강화했다”며 “의심 증상자가 발견되면 해당 보건소에 이 사실을 통보해 바이러스 잠복기(약 20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본부는 또 “현지에서 거주하거나 불가피하게 현지를 방문하는 사람은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괴질 바이러스다.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은 1주일 안에 목숨을 잃는다. 1976년 독일 미생물학자 마버그에 의해 존재가 확인됐으며, 1976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북부 작은 마을 얌부쿠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이 마을 옆으로 흐르는 강 이름이 ‘에볼라’여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명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729명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했다. 감염이 확인된 1323명 중 60%는 사망 직전의 상태로 알려져 있다. 각국의 항공사들은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발병 국가에 대한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공포는 국내 대학 행사에까지 미치고 있다. 4일부터 덕성여대가 유엔 여성기구와 공동 개최하는 ‘제 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놓고 취소 청원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32개국 대학생 500여명 중 27명이 아프리카 학생들로 알려지면서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나이지리아 학생 3명에 대해서는 입국을 취소했다”며 “현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아프리카 학생 27명은 발병 국가 소속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확산 조짐과 맞물려 덕성여대의 국제 행사를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3일 오전부터 덕성여대 행사를 취소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자신을 덕성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황모씨는 “모든 학우가 이 대회가 취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학교가 단독으로 주최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과 함께하는 대회라 쉽게 취소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와 달라”고 읍소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도 지난 2일부터 온라인 청원 운동이 시작돼 하루 만에 서명자가 2만명이 넘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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