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금융빅뱅)①우리금융發 M&A 임박

은행 합병 시나리오 `우리+하나`·`KB+외환` 등 거론
"초대형 은행?..금융위기시 국가리스크 높아질 수도"
  • 등록 2009-10-14 오전 10:33:00

    수정 2009-10-14 오전 10:33:00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2010년은 은행업계에게 `아픈만큼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해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겪어 낸 은행들은 비상경영체제에서 벗어나 이제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를 재개할 태세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기로에 선 은행들의 새판짜기 물밑 논의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대규모 지각변동에 휩싸이게 될 은행업계에 대한 시나리오와 전망, 정부 입장 등을 세 편에 걸쳐 정리한다.[편집자]
 
"경제규모 세계 11위에 걸맞게 삼성, 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5개 이상은 나와야되지 않겠나. 이제 은행도 국내에서만 서로 다툴것이 아니라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할 시점이 됐다."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기획재정부 차관시절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면서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여러 은행을 묶는 `메가뱅크`에 대한 꿈을 꿨지만 임기내 이루지 못했다.

그 꿈은 다시 정부와 차기 경영진에게 `민영화`라는 과제로 이어지면서 우리금융을 기점으로 한 은행권 인수합병(M&A)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은행별 M&A 시나리오는 난무하지만, 은행들은 절대적 리딩뱅크, 나아가 글로벌 플레이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동일한 꿈을 꾸고 있다.

◇ 은행권 새판짜기..왜 내년인가

정부와 은행,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부터 은행권의 새판짜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시작은 우리금융지주(053000)로부터 비롯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 난무하는 은행간 합병시나리오
현재 매물로 나왔거나 나올 수 있는 은행은 외환은행(004940)과 우리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이다.
 
정부 주도로 할 수 있는 M&A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1호로 꼽힌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금융위기 여파로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이 끝나지 않아서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연내 지분 73% 중 7%를 블록세일 등의 방법으로 처분할 방침으로, 이를 시작으로 은행권의 M&A대전은 군불이 지펴질 전망이다.

블록세일 매각은 투자자들과의 약정상 최소 3개월 가량은 추가 지분 매각이 어려운 만큼 내년 상반기에 경영권이 붙는 50% 지분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

매각자측에서는 시장과 주가가 완전히 회복된 후 제값을 받고 팔려는 입장인데다,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 등 매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는 은행들이 연말까지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이 M&A 적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시장이 회복된 것을 확인한 직후인 내년이 M&A를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며 "이번 M&A에서 소외되면 2군으로 탈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금융 소수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새판짜기가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우리금융+하나금융 합병설 무성

최근 시장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은행간 M&A 시나리오는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합병이다.

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매각을 서두르기로 함과 동시에 하나금융지주가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 알려진 절묘한 타이밍 때문이다. 금융지주사간 대등합병을 거론했던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나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 또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이 멀어진 것도 `우리금융+하나금융` 구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김승유 회장(좌)과 이팔성 회장(우)
문제는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경영권(지분 50%)을 단순 계산해보면, 현재 주가 1만5000원을 기준으로 지분 값만 6조원 가량되고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어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최대 2조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하나대투증권 등 자회사를 매각하더라도 잉여 자금과 합쳐 총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4조원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구도는 너무 무리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양측간 지분교환 방식의 M&A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소수지분은 별도 매각하되, 경영권 있는 지분을 하나금융 지분과 맞교환하면 합병은행의 총 시가총액 대비 예보의 지분율은 낮아지고 이를 다시 전략적 투자자들에게 매각함으로써 민영화를 달성한다는 시나리오다.

전략적 투자자로 국민연금과 산업자본, 외국계 투자자등을 유치해 이사회 중심의 금융지주사를 만들면 영미권 은행들에 못지않은 지배구조를 갖추게 되고 총자산 400조원이 넘는 초대형 민간은행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간 경영에 대한 교통정리가 전제돼야한다. 둘 다 금융업계 `어른`일 뿐 아니라 이번 정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기업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점과 구조조정 우려에 대한 노조 반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점 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 외환은행, 국내 은행 품에 안길까

우리금융과 함께 은행 M&A 대전의 막을 올릴 주인공은 외환은행이다.

국민은행과 HSBC로의 외환은행 매각에 실패했던 론스타는 다시 M&A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최근 6개월에서 1년 안에 외환은행을 팔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이라면 어디든 군침을 흘릴만한 괜찮은 매물로 꼽힌다. 해외 네트워크와 외환 부분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으며 일반 여수신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가능성을 피해갈 수 있는 은행이기 때문이다.

KB금융(105560)지주와 농협, 하나금융지주 등이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B금융지주가 가장 적극적인 후보로 꼽히고 있다. 현재 회장대행을 겸직하고 있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외환은행 재인수 시도 의지를 여러번 밝힌 바 있다. 한때 산업은행도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정부의 추가 출자를 받은 이후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러나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측이 국내 은행보다는 외국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져, 외환은행이 다시 외국계로 팔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론스타는 유럽과 싱가포르계 은행에 이어 미국, 홍콩계 사모펀드 등과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동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대형 매물이 나오면서 은행간 짝짓기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은행업계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먹고 먹히는 치열한 정글 입구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병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시장포화상태인 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나 비은행 강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방법과 M&A하는 방법 두 가지 밖에 없다"면서 "M&A를 통해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기회가 생길 수 있겠지만 금융위기가 닥쳤을때 통제를 하지 못해 한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위험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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