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동화를 읽듯 피노키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순수한 소망이란 무엇인지,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 ‘디즈니풍’의 화려한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대미술, 음악, 춤, 의상, 조명 등을 통해 이탈리아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음악은 이탈리아의 유명 그룹 이 푸(I pooh)가 만들었다. 이 푸는 아트록의 대표주자로 작품 속에 아트록은 물론 칸소네·힙합·라틴 등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진다. 어느 곡은 처음 듣지만 익숙한 팝송이나 샹송처럼 느껴진다. 특히 푸른 머리 요정이 방황하는 피노키오에게 들려주는 노래 ‘Vita’는 선율이 아름답다. 성악가 조수미가 이 곡에 반해 이 작품의 국내 공연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가사 또한 음미할 만하다. ‘인생 가끔 인생은 괴롭지/ 다른 길을 가려면 두렵지/ 현실만을 보는 사람은/ 꿈을 잃어버리네/ 마음을 따라가는 사람은/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지.’
뮤지컬 안에서 제페토는 기성세대를, 피노키오는 신세대를 대변한다. 요즘의 우리 모습을 콕 집은 듯한 상황과 대사가 있어 재미있으면서도 순간 멈칫하게 된다. ‘엄친아’처럼 완벽한 아들을 바라며 제페토와 마을 사람들은 꼭두각시와 같은 멋진 인형을 만든다는 대목 등이다. 아무 말썽부리지 않고 시키는 대로, 그대로 있는 인형이야말로 완벽하고도 멋진 인형이라는 생각에 뜨끔해진다. 세상을 알아가며 시행착오와 많은 아픔을 겪는 피노키오는 “나는 다시 나무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적어도 나무는 자라니까…”라고 고백한다. 피노키오는 동화에서처럼 진짜 사람의 아이가 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어로 공연되고 한글자막이 나온다. 8월7~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만~13만원. (02)3461-0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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