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웃고 강달러에 우는 대형항공사

대한·아시아나항공 저유가에 영업이익 호조
달러강세 여파 순손실 눈덩이.. "달러부채 지급 여파"
  • 등록 2016-02-14 오후 1:26:16

    수정 2016-02-14 오후 1:26:16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가 저유가라는 호재에도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다. 달러강세 여파로 달러부채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이 7030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당기순손실이 815억3956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들 항공사의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대한항공은 6266억원으로 전년대비 58.6% 늘었다. 비교적 단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1% 감소한 950억3649만원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항공유·유류세 부담은 줄었고 여객 수요는 늘었다. 특히 국제유가는 1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텍사스산원유(WTI)선물 가격은 배럴당 26달러대로 하락했다.

양호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대규모 당기순솔실을 기록한 것은 환율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항공기 차입금 등으로 인해 막대한 외화부채를 갖고 있고 이자비용도 대부분 달러로 지급한다. 그렇다 보니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난해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환차손이 크게 발생했다.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02억달러(12조2700억원)에 달한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달러·원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현금흐름을 고려 하면 현재 투자비용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4분기 외화부채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3분기 기준 달러 부채가 7억5000만달러, 유로부채가 7억 유로로 집계됐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는 예외다. 제주항공(089590)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475억원으로 140.6% 늘었고 누적 순이익도 449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남짓 늘었다.

대형항공사는 금융적 성격이 큰 금융리스 비중이 크지만 제주항공 같은 LCC는 운영리스 방법으로 항공기를 대여하기 때문이다. 운영리스는 렌터카처럼 쓰는 만큼 비용을 지불해 수수료 등이 나가지만, 자산부채가 기업의 재정상태를 알 수 있는 대차대조표에 표시되지 않는다.

올해도 대형항공사의 순손익은 환율 변동성에 크게 반응할 전망이다. 실제 증권사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대한항공 순손익 규모는 마이너스(-) 700억원에서 플러스(+) 2000억으로 큰 차이가 난다. 곽성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여객 수요 증가로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항공사는 계속해서 비행기를 도입해야 하기에 결국 환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2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출처=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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