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실종' 정국 여야 전략은

  • 등록 2013-07-21 오후 5:47:15

    수정 2013-07-21 오후 5:47:15

[이데일리 박수익 정다슬 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 유무가 최종 결론나는 22일 정국이 또 한차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여야가 전문가까지 대동한 재검색에서 극적으로 대화록을 찾아낸다면, 기존에 확보한 자료와 함께 대화록 내용을 확인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여부에 대한 해석 논쟁이 치열하겠지만 ‘사초(史草) 증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보다는 그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여야가 이미 위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화록 공개에 합의했고, 면책특권을 이용해 제한적인 공개를 결정한 만큼 논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NLL 공동선언’ 등의 합의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대화록이 끝내 발견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른바 ‘대화록 실종정국’이 시작되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촉발된 논란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일차적으로는 현재 국회에 도착한 나머지 자료에 대한 열람을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18일 정상회담 사전준비 및 사후조치 관련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해당 자료를 즉시 열람하자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대화록과 함께 열람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전·사후자료의 존재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다음 수순은 대화록 실종 상황의 책임 규명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경우 참여정부가 해당 기록물을 이관했느냐가 핵심이다. 애초 이관하지 않았다면 참여정부의 책임, 이관이 분명한데도 실종됐다면 이명박정부의 책임이 명확해진다.

전자의 상황에서는 친노그룹을 비롯한 민주당은 향후 정국에서 수세에 몰릴 공산이 크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 이명박정부는 물론 박근혜정부의 책임론도 공론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지난주 예비열람 이후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자, 일찌감치 ‘대화록 실종’에 무게를 둬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22일까지 지켜봐야 겠지만 현재 정황으로 볼 땐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초가 없어진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내에서는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나면, 대화록 생산·이관에 책임 있는 민주당과 참여정부 인사들의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계 은퇴를 불사하며 대화록 열람을 주도했던 문재인 의원과 친노세력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록 실종에 대한 즉각적인 검찰 수사는 물론 친노 인사들에 대한 소환과 봉하마을 압수수색 등도 새누리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민주당으로서는 대화록이 발견된다면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의 대조, 사전·사후자료 열람 등을 통해 ‘NLL포기가 아니다’는 입증에 나설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쥐게 될 공산이 크다. 대화록의 ‘존재’가 더욱 절실한 쪽은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대통령기록물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이명박정부가 대화록을 손댔을 가능성을 주장하며 맞바람을 놓을 수 있지만, 자신들이 주도한 국정원 국정조사까지 대화록 실종 공방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화록이 끝내 발견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검찰수사 등을 통해 ‘누군가가 고의로 파기했다’는 분명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여야 공방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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