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동욱 원장 "망중립성, CP들의 권리장전 아니다"

  • 등록 2012-07-02 오전 11:00:59

    수정 2012-07-02 오전 11:00:59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5일, 양재천이 내려다 보이는 과천시 주암동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찾았다. KISDI는 1985년 설립된 이래 30년 가까이 우리나라 정보통신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온 곳이다. 이곳의 수장인 김동욱(53) 원장을 만나 보이스톡 출시로 불붙은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간의 갈등,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럴타워의 방향 등 ICT업계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망 중립성 원칙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콘텐츠기업(CP)들의 권리장전은 아닙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인터넷 기업의 육성 못지 않게 통신망을 관리하는 통신사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래픽이 늘어나는 만큼 네트워크 또한 진화해야 하고, 이 비용을 결국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망 중립성은 인터넷 기업들을 위한 일방적 권리가 아니다”라며 “이용자와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가 공생하기 위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이용자가 망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통신사가 데이터통신을 육성하기 위해 과도할 정도로 저렴하게 데이터요금을 책정한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망 중립성 원칙을 정립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량에 따라 충실하게 요금이 반영되도록 데이터 요금체계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그만큼 비용은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버스보다 택시가, 택시보다 모범택시가 비싼 건 당연한 겁니다. 네트워크가 좋아지고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만큼 이용자도 지출을 감수해야 합니다.”

데이터 요금이 현실화되면 트래픽 발생을 줄이기 위한 압축기술 등 기술개발과 적용에 게으른 일부 인터넷 기업들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데이터요금을 현실화해 망투자비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만큼 망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통신사업자와 CP가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익을 낸 회사들은 세금을 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100원 벌면 10원 내고 만원 벌면 1000원 내는 식이 아니라 만원 버는 곳이 1000원도 내고 2000원도 내게 하는 겁니다.”

신생 벤처에까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데 따른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통신망이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쓰는 만큼 비용을 낸다’는 식의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그는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처럼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기업에서도 이 ‘세금’을 거둬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중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존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중 일부를 이들에게 분담시키는 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방통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불거진 mVoIP 논란은 우리가 얼마나 낙후된 규제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ICT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분야인 만큼 정책당국 또한 기민하게 대처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그는 방통위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모두가 행복한 결정이란 없습니다. 실패한 결정이 늦은 결정보다 낫다고 봅니다. 실수하면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망 중립성 문제도 앞서 해결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 눈치만 보다 실기한 겁니다. 미국도 결론을 못내렸다고 하는데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인터넷기업을 보유한 나라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김 원장은 방통위를 넘어선 강력한 정책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경제회복과 복지확대의 근간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ICT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정부의 화두는 고용창출이 될 겁니다. 자동차, 조선, 화학과 같은 제조업에서는 신규 고용 창출이 쉽지 않습니다. 바이오나 의료, 관광, 환경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은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ICT산업 만큼 고용창출 효과가 큰 게 없습니다.”

그는 “ICT를 전담하는 장관, 대통령과 독대해 힘있게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장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독임제 부처가 규제와 진흥을 모두 총괄하면서 청년층이 갖고 있는 스마트 경쟁력을 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나올 서비스는 모두 방통융합입니다. 모든 서비스가 인터넷으로 모아질 겁니다.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R&D 등을 모두 한몸에 아우르는 정책추진체계가 필요합니다.”

■김동욱 원장

2011년 9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10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의 디딤돌이 된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 당시 38세의 나이로 작업반장을 맡아 1998년 ‘정보화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방통위 설치와 IPTV 도입을 위한 입법활동을 지원했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과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정보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을 졸업한 뒤 미국의 오하이오주립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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