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긴 게임인 것으로 판단했다가 막판에 근소한 차이로 밀리면서 고배를 마셔야했던 현대차(005380)그룹에게 시장과 언론과 정치권의 문제제기는 분명 호재다. 만일 현대그룹의 인수자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면 현대차그룹에겐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온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현대차그룹으로선 웃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고민이다. 궁지에 몰린 현대그룹이 계속 공세적으로 나오는 데다 설혹 판세가 뒤바뀌어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혜 시비 등 여론의 비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정치권도 `의혹제기` 가세..침울한 현대차 '반색'
사실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당연히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으로 자신했다가 뒤통수를 맞은터라 충격은 더 했다. 그것도 1점도 안되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내부에서는 "도대체 뭐 했냐"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건설 인수전 패배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보전에서 졌다', '너무 안일했다', '현대그룹의 광고공세에 무대응한 것이 패인이다' 등등 결과론적이지만 갖가지 추측과 비난들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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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일방적으로 할 수 있다, 없다고 할 수 없어서 법무법인을 통해 조사를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일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채권단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책금융공사마저도 현대그룹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차그룹은 내심 반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어제 있었던 정무위에서 나온 발언들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일이 어떤식으로 진척될지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현대차그룹에게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불구,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현대그룹이 인수자금 의혹 제기의 근원지를 현대차그룹으로 지목하고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겉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현대그룹이 어떤 식으로 공세를 펼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일 현대그룹이 실제로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둘 경우, 현대차그룹도 소송으로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 인수전은 결국 소송으로 비화되는 진흙탕 인수전으로 전락하고 만다. 현대차그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함께 만일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문제가 시장과 언론의 주장처럼 사실로 밝혀지고 판세가 역전이 된다면 그 후폭풍도 현대차그룹이 감내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차순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대차그룹으로선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특혜시비' 등 여론의 비난이 부담이다. 다 끝난 게임을 현대차그룹이 억지로 뒤집었다는 의혹에도 끊임없이 시달릴 수 있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 기류도 처음과는 많이 바뀐 것으로 안다"며 "현재까지의 상황은 일단 현대차그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결론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이어 "설혹 판세가 뒤집어진다고 해도 현대차그룹으로선 부담"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의 정교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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