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risis)⑤중국의 확고한 부상..`G2 체제로`

<1부> 몰아치는 변화의 물결
세계를 사들이는 `차이나 머니`..미국도 비위맞추기
"체질개선 이제부터"..내수확대등 구조적 문제 산적
  • 등록 2009-09-09 오전 11:25:03

    수정 2009-09-09 오전 11:25:03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포착한 대표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역시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충격을 받고 있지만 금융위기는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줬다.
 
서구 선진국처럼 금융시장이 고도로 발전되지 않은 탓에 금융위기의 충격은 제한적이었고, 사회주의 시장 경제라는 특성상 정부의 개입이 용이했다. 또 거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실탄을 축적해놓은 덕에 부실화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했다.
   
◇ 더 높아진 위상..`세계 1위 경제대국` 바짝

개혁·개방을 천명한 지 30여년, 중국은 세계 1위 수출국,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우뚝섰다.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발을 들여놓은 뒤 수출이 급증했고, 가입 4년 뒤인 2005년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올라섰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과 중국의 쌍두마차인 `G2`가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로 구축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리먼사태 당시 2년 계획의 4조위안(585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경기 부양책은 효과를 나타내면서 올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9%까지 상승,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8%)에 근접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되는 시기도 앞당겨 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 경제조사업체인 IHS글로벌인사이트는 중국이 2015년 경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기업들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서구 유수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진 가운데 2조달러가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 자동차 업체, 자원 업체 등이 싼 값에 명망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 위안화 `국제화 야망` 불붙다
 
미국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화를 대량으로 찍어내고 있어 달러화의 추가적인 가치 하락이 명약관화 하다.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은 달러화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국 통화의 위상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13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역사상 이같이 거대한 외환보유고를 지닌 국가는 없었다. 중국은 이중 3분의 2를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투자, 21세기 현재 미국의 채권국은 중국이다.
 
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권력이 쇠락한 미국은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서 무역 및 환율 문제로 긴장을 촉발하기보다 양국 간 상호 이익 공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며 국제적인 기축통화 논쟁에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홍콩에서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점진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외에서의 위안화 투자 수단을 확대해 위안화 결제를 늘리고, 궁국적으로 위안화의 완전한 태환성을 가능케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중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과잉 설비와 과도한 수출 및 투자 의존을 해소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난 십수년 동안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글로벌 경제에 이바지했다면, 이제는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나야 할 차례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크게 위축된 가운데 중국의 내수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역시 성장세를 유지하고 실업을 막기 위해서는 성장 동력을 투자나 수출이 아닌 내수로 교체해야 한다.
 
중국 경제에서 소비 비중은 1980년대 초 개혁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아래그림 참조)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소비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실질적인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내수 확대를 위한 정책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978~2008년 중국 GDP 대비 소비 비중 변화 추이(보라색:가계 소비, 붉은색:도시지역 소비, 점선:농촌지역 소비)(자료=씨티그룹)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내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외국과 민간에 대한개방을 확대해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 접근도를 높여주는 것이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진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은 많고도 넓다. 
 
중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데 성공했으나 극심한 빈부 및 도농 격차, 선진시장 대비 폐쇄적인 경제구조, 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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