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시인 송수권은 홍어를 영혼을 흔드는 그로테스크한 맛이라고 했다. 잘 삭힌 홍어를 한 점 입 안에 넣고 씹으면 뱃속 저 안에 깊이 감춰둔 맛에 대한 모든 경험을 다 꺼내어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흑산홍어는 칠레산이나 일본산이 따라오지 못할 은근하고 깊은 맛을 간직하고 있다.
오랜 남획으로 사라졌던 흑산도 홍어를 다시 맛보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 값이 만만치 않다. 일산경찰서 부근의 낙원식당(대표 이봉식)은 온갖 치장을 생략하고 털털한 막걸리 같은 가격으로 흑산도 홍어의 참맛을 경험하게 해준다. 남도 특산 자색고구마막걸리를 놓고 둘이 먹기 넉넉한 흑산홍어삼합(2만9000원), 서넛이 둘러앉기 좋은 양의 홍어를 소흑산·대흑산(6만5000원·9만5000원)으로 조절해 낸다(100g 1만8000원의 가격으로 추가 주문 가능). 홍어초무침, 매생이전, 매생이와 우거지를 넣고 끓인 애탕이 모든 코스의 앞선 음식이고 매생이굴죽으로 마무리할 수 있기에 때로 정말 흑산도홍어냐고 의심받기도 한다. 흑산도수협 29번 경매인 윤동길씨를 통해 직접 매입한 홍어를 공수받아 직접 삭히기에 가능한 가격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한다.
이 집 옥호는 1969년부터 흑산도 예리에서 40년 가까이 성업하다가 수년 전 문 닫은 낙원식당에서 이어받은 것. 홍어 삭힐 때 짚과 솔잎을 함께 넣어 특별한 맛을 연출하던 황순자(76) 여사의 셋째아들이 바로 일산낙원식당의 이 사장이다. 단골이 되면 내장수육 껍질어묵 볼살 콧중백이 꼬리살 등 온 마리를 공수받아야만 가능한 부위를 덤으로 맛볼 수 있다. 4인 좌석 8개로 수용인원이 적은 것이 흠.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 일요일과 명절엔 쉰다. 주차는 도로변이나 이웃 제2공영주차장 이용. ☎(031)918-8877
| ▲ 흑산도 홍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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