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을 감상하고 낙엽 쌓인 서울 거리를 거닐며 가을 운치를 만끽할 시절이 왔다. "떨어지는 낙엽들 그 사이로 거리를 걸어봐요./ 지금은 느낄 수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고은희·이정란의 '사랑해요', 낙엽 질 무렵이면 라디오 전파를 많이 탈 그 노래 가사가 떠오를 요즘이다.
서울시는 시내 72곳을 다음달 하순까지 '단풍과 낙엽의 거리'로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바스락거리며 걷는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낙엽들을 쓸어내지 않는다. 종로구 삼청동길(동십자각~삼청터널·2.9㎞)과 중구 덕수궁길(대한문~경향신문·0.87㎞)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곳. 웅장하고 시원시원한 맛의 경복궁 돌담과 아담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덕수궁 돌담을 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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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길 하면 빠지지 않는 곳이 용산구 남산 소월길(2.8㎞)이다. S자형으로 부드럽게 나있는 길 양쪽으로 가을 옷을 입은 숲과 해방촌 아래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산 도서관과 하얏트 호텔, 고급 의류점과 레스토랑 등 저마다 다른 건물 디자인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동대문구 회기로(국방연구원~경희대 앞·1.8㎞)도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곳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국방연구원 같은 딱딱한 어감의 정부 기관들이 대학캠퍼스처럼 숲과 어우러져 펼쳐져 있다. 이름부터 숲 냄새가 느껴지는 홍릉수목원도 이 거리에 있다.
강남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도산대로~압구정로·0.67㎞)이 있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보도블록을 걸으며 저마다 이국적이고 세련된 모양을 뽐내는 와인바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의 동쪽 끝 강동구 고덕동길(상일동역~고덕역·2㎞)은 여러 겹으로 심어진 느티나무들이 단풍 낙엽 터널을 만들어낸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공원 외곽순환도로(6.5㎞)가 단풍감상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인기가 높다. 동물원까지 온다면 하마우리와 남미관을 잇는 길(0.9㎞)이 가을 냄새를 맡으며 걷기 제격이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는 서울시 조경과(02-2115-7622)나 다산콜센터(120)에서 안내한다.
곳곳이 언덕진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캠퍼스. 여느 대학과는 달리 2호선 한양대역 출구가 캠퍼스 복판에 나 있어 지하철로 오기 편하다. 인문대 쪽으로 이어진 '138계단'은 외부 손님들에게도 알려진 곳으로 그 계단 숫자만큼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박목월 시인의 시비로도 이어진다.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도 지하철로 가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정문 코앞에 6호선 고려대역이 있고, 후문 쪽에는 안암역이 있다. 곳곳에 시원한 녹지가 잘 가꿔져 있고, 예전의 건물뿐 아니라 새로 올린 건물들도 창틀 모양에 고풍스러운 맛을 살려낸 곳이 많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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