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초고압펌프 국산화로 첨단산업 이끈다

김현효 일신오토클레이브 대표
MLCC·전고체전지 생산에 필요한 초고압 펌프 국산화
중소벤처기업부 '강소기업100'에도 선정
"전략물자 장비 국산화로 첨단산업 이끌 것"
  • 등록 2020-01-01 오후 1:19:37

    수정 2020-01-01 오후 1:36:22

김현효 일신오토클레이브 대표. (사진=앨리슨 파트너스 제공)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20년 동안 축적해온 고온·고압 기술로 전략물자인 초고압 펌프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에서 만난 김현효 일신오토클레이브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김 대표는 이 대회에서 ‘초고압 플렌져 펌프’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이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강소기업100’ 사업에도 선정됐다. ‘고체전지 소재·부품 제작을 위한 장비’ 분야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초고압 분산기(나노디스퍼져)와 함께 초고압 펌프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All Solid Battery)’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이기 때문이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내부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폭발 위험성이 낮고, 일반 리튬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휴대폰이나 노트북, 전기차까지 두루 쓰인다.

아울러 두 장비는 방위산업 물자나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최근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도 오른 대표적인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김 대표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장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 뜻깊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원자력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압력용기를 수입하는 외국계 회사를 다니다가 지난 1993년 회사의 모태가 되는 ‘일신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압력용기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산화를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고온·고압 분야 기술력을 키워오던 일신오토클레이브는 2010년 중기부(당시 중소기업청)와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나노디스퍼져 개발에 성공했다. 2000바(bar·압력 단위)에 가까운 강력한 압력을 가해 미세한 소재를 균질하게 분산·압착시켜 제품 성능을 극대화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MLCC 외에도 화장품 제조, 나노공정, 의약품 등 응용분야가 매우 넓다. 현재 삼성전기와 LG화학을 비롯한 대기업에 납품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초고압 펌프 역시 중기부 기술혁신사업으로 선정돼 개발할 수 있었다. 초고압 펌프의 경우 미국과 유럽이 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장비다. 최대 6500바에 달하는 높은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6500바 압력이 가능한 펌프는 국내에서 일신오토클레이브만 생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일신오토클레이브는 최근 초고압 펌프만 제작하는 자회사인 ‘펌스터’를 설립, 해외시장을 집중 개척하고 있다. 매출도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강소기업100’ 선정에 힘입어 전고체전지 장비 분야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기업부설연구소 건물을 신축하고 중국 등 해외 기업들과도 기술 교류를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소재·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기술력은 높지만 영세한 경우가 많다”라며 “이번 ‘강소기업100’ 사업처럼 정부에서 ‘조금 더 해보자’라는 메시지를 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면 중소기업은 분명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중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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