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질책 그리고 충고'..삼성의 복잡한 심경

샌디스크에 "제안 철회하겠다" 질책성 최후통첩
철회 통보 불구 인수조건·시너지 다시 강조
'결렬 아닌 새로운 협상' 분석
  • 등록 2008-10-22 오전 10:49:09

    수정 2008-10-22 오전 11:37:05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9월 샌디스크측에 제시했던 인수조건을 철회했다. 이에따라 지난 6개월간 진행된 양사간 인수합병 논의는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날 삼성전자가 샌디스크에 보낸 서한의 내용. 서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당시 제시했던 주당 26달러에는 샌디스크를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한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삼성전자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쉬움, 질책..그리고 충고`

삼성전자는 서한에서 "인수제안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지만 양사의 합병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여전히 확신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특히 제안이 수용됐더라면 샌디스크 주주들이 충분한 가치를 제공받을 수 있었고, 종업원이나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혜택도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 인수제안 철회를 놓고 샌디스크 경영진의 책임여부가 지적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인수제안 거부로 샌디스크의 이해당사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놓쳤다는 의미다. 인수제안을 거절한 샌디스크 이사회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경영진에 대한 일종의 질책이 묻어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또 샌디스크의 최근 상황을 거론하며 지난 9월 삼성전자가 제시했던 조건이 우월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서한에서 샌디스크 사업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최근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샌디스크의 사업이 더욱 악화돼 독자적인 사업가치가 추가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샌디스크의 3분기 실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샌디스크의 최근 상황을 일깨우는 동시에 삼성전자가 제시한 주당 26달러라는 가격이 얼마나 매력적인 가격인지를 강조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샌디스크 주가는 14달러 중반에서 정규시장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가격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또 샌디스크와 도시바의 합작관계 재협상에 대해 `성급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샌디스크가 삼성의 인수제안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도시바와의 협상을 통해 회사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주들도 고려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덧붙이며 인수제안 철회를 정당화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서한의 마지막부분에서 "샌디스크가 향후 난관을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이번 서한에는 인수제안 철회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샌디스크 경영진에 대한 질책, 그리고 의미심장한 충고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한걸음 후퇴지만..나쁘지 않은 선택`

이같은 인수제안 철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철회한 것은 `주당 26달러`라는 제안일뿐 서한에서 밝힌대로 양사간 합병시너지가 여전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이상 추가적인 협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는 샌디스크의 처지를 감안할 경우 삼성전자에게는 주당 26달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다시 인수에 나설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샌디스크 인수에 나설 경쟁자는 사실상 찾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삼성전자로선 일단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서 `주당 26달러`라는 제약에서 발을 뺀 셈이 됐다. 한걸음 후퇴하는 대신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수제안을 철회했지만 말 그대로 주당 26달러에는 인수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며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조건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상황을 보면 삼성전자로선 더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되더라도 손해를 볼 게 없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삼성전자 '샌디스크 인수전' 반전 또 반전
☞"삼성電 샌디스크 포기?..끝난 게임 아니다"
☞도시바, 상승반전..`삼성 샌디스크 인수 철회` 소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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