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요시토모''의 악동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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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요시토모의 고향 아오모리현에 문연 ''아오모리현립미술관''
  • 등록 2008-03-27 오후 12:00:00

    수정 2008-03-27 오후 12:00:00

▲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2005년 서울 로댕갤러리‘서울 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한 나라 요시토모.
[조선일보 제공]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가 왜 좋아?" "약간 우울하고 어두운 듯하지만,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어." "심통 난 내 동생하고 똑같이 생겼어요." "초등학생 시절 교실 구석에서 선생님 눈 피해가며 몰래 장난치던 장난꾸러기 친구가 생각 나."

치켜 올라간 눈매에 불만스럽다 못해 불량스런 표정의 아이를 즐겨 그리는 나라 요시토모. 그는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일본 아티스트일 것이다. 지난 2005년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는 무려 8만5000여명이 관람하는 대박을 기록했고, 거리에는 그의 '악동 캐릭터'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거나 캐릭터 상품을 손에 쥔 젊은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라 요시토모 팬들을 위한 순례(巡禮) 성지가 생겼다. 2006년 7월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 문 연 '아오모리현립미술관(靑森縣立美術館)'이다. 아오모리는 나라의 고향. 나라는 1959년 아오모리 히로사키(弘前)시에서 태어나 1978년 도쿄로 미술을 공부하러 떠날 때까지 살았다. 미술관은 나라의 작품 250여 점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나라 컬렉션이다. 

▲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나라 요시토모가 아오모리현립미술관 개관 기념작으로 의뢰 받아 제작한‘아오모리켄’.
악동 소년 소녀를 만나러 갔지만 미술관 건물이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다. 아오모리는 인구 65만 명에 불과한 작은 현이지만, 250억 엔(약 2500억 원)을 투자해 세계적 규모와 수준의 미술관을 만들었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아오키 준이 디자인한 미술관은 순수한 백색 입방체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직선과 곡선으로만 구성된 건물은 총 3층 건물이지만, 지하로 쑥 들어가 있어서 실제 규모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아오키는 미술관 바로 옆 선사 유적지 발굴현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땅을 파내고 흰 천막으로 가린 유적 발굴 현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인답게 허술한 구석이 없다. 안내원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내부가 온통 흰색. 결벽증환자 병동 엘리베이터 같다는 생각이 들 찰나, 조명이 차츰 어두워진다. 지하 미술관에 눈을 자연스럽게 익숙하게 하려는 배려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거대한 공간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알레코 홀(Aleko Hall)'로 빨려들 듯 들어섰다. 지하 1층과 2층을 터서 마련한 높고 넓은 벽에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그림이 걸려있다. 폭 14.73m 높이 8.88m. 1942년 러시아 모스크바 알레코 극장에서 배경으로 걸기 위해 샤갈이 그린 걸개그림이다. 이렇게 큰 샤갈 작품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푸르스름한 달빛 속에서 포옹한 채 부유(浮游)하는 연인, 붉은 도시 위로 마차를 끌고 달리는 백마(白馬),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붉은 곰을 묘사한 세 작품이 세 벽에 걸려있다.

▲ 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나라 요시토모가 태어난 히로사키(弘前)에 있는 히로사키성(弘前城). 일본 지방의 성들 중에서 옛 모습을 온전히 보전한 드문 경우다. 4월 중순쯤부터 벚꽃이 장관이다. 아오모리시에서 한 시간 거리다.
나라 요시토모를 만나러 왔는데, 샤갈까지 보다니. 미술관에는 데라야마 슈지, 나리타 돌 등 일본 현대 작가 작품이 충실하게 전시돼 있어서 일본 현대미술 경향을 살필 수 있다. 칸딘스키, 마티스, 피카소, 렘브란트 등 해외 작가 작품들도 볼 만하다. 친구와 만나려고 카페에 왔다가 또 다른 친구를 반갑게 만난 기분이다.

생각지 않게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다 진짜 약속이 떠올랐다. 알레코 홀을 통과하면 나라 요시토모의 전시공간이 나타난다. 그가 아오모리에 살 때 그린 습작과 일기장이 수십 여 점이 벽을 따라 나란히 걸려 있다. 나라의 유명한 작품 '멈프스(Mumps·1996년작)'가 모습을 드러낸다. 볼거리를 앓는 듯, 붕대로 볼을 싸맨 여자아이는 뛰놀지 못해 불만인 듯한 표정이다. '소 파 어파트(So far apart·1996년작)'은 스키를 신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인데, 슬픈 듯 눈을 내리깐 얼굴이 귀엽다.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서울 하우스'는 2005년 로댕갤러리에서 전시한 작품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서울 하우스 옆 유리창 바깥으로는 2층짜리 건물만한 흰색 개 한 마리가 전시실 안을 향해 인사하듯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미술관 개관 기념으로 나라가 만든 '아오모리켄(あおもり犬)'이다.

그의 작품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딱 부러진 이유를 내놓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고 친근하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 양국을 서로 방문한 사람이 무려 484만 명이었고, 올해는 양국 정부가 '한일 관광교류의 해'로 정했다.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 나라 요시토모에 끌리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 입장료: 일반 500엔, 고등생·대학생 300엔, 초등·중등생 100엔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6월 1일~9월 30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10월 1일~5월 31일)

휴무: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 12월 27~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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