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켜 올라간 눈매에 불만스럽다 못해 불량스런 표정의 아이를 즐겨 그리는 나라 요시토모. 그는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일본 아티스트일 것이다. 지난 2005년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는 무려 8만5000여명이 관람하는 대박을 기록했고, 거리에는 그의 '악동 캐릭터'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거나 캐릭터 상품을 손에 쥔 젊은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나라 요시토모 팬들을 위한 순례(巡禮) 성지가 생겼다. 2006년 7월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 문 연 '아오모리현립미술관(靑森縣立美術館)'이다. 아오모리는 나라의 고향. 나라는 1959년 아오모리 히로사키(弘前)시에서 태어나 1978년 도쿄로 미술을 공부하러 떠날 때까지 살았다. 미술관은 나라의 작품 250여 점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나라 컬렉션이다.
|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아오키 준이 디자인한 미술관은 순수한 백색 입방체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직선과 곡선으로만 구성된 건물은 총 3층 건물이지만, 지하로 쑥 들어가 있어서 실제 규모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아오키는 미술관 바로 옆 선사 유적지 발굴현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땅을 파내고 흰 천막으로 가린 유적 발굴 현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거대한 공간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알레코 홀(Aleko Hall)'로 빨려들 듯 들어섰다. 지하 1층과 2층을 터서 마련한 높고 넓은 벽에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그림이 걸려있다. 폭 14.73m 높이 8.88m. 1942년 러시아 모스크바 알레코 극장에서 배경으로 걸기 위해 샤갈이 그린 걸개그림이다. 이렇게 큰 샤갈 작품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푸르스름한 달빛 속에서 포옹한 채 부유(浮游)하는 연인, 붉은 도시 위로 마차를 끌고 달리는 백마(白馬),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붉은 곰을 묘사한 세 작품이 세 벽에 걸려있다.
|
생각지 않게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다 진짜 약속이 떠올랐다. 알레코 홀을 통과하면 나라 요시토모의 전시공간이 나타난다. 그가 아오모리에 살 때 그린 습작과 일기장이 수십 여 점이 벽을 따라 나란히 걸려 있다. 나라의 유명한 작품 '멈프스(Mumps·1996년작)'가 모습을 드러낸다. 볼거리를 앓는 듯, 붕대로 볼을 싸맨 여자아이는 뛰놀지 못해 불만인 듯한 표정이다. '소 파 어파트(So far apart·1996년작)'은 스키를 신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인데, 슬픈 듯 눈을 내리깐 얼굴이 귀엽다.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서울 하우스'는 2005년 로댕갤러리에서 전시한 작품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서울 하우스 옆 유리창 바깥으로는 2층짜리 건물만한 흰색 개 한 마리가 전시실 안을 향해 인사하듯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미술관 개관 기념으로 나라가 만든 '아오모리켄(あおもり犬)'이다.
■ 입장료: 일반 500엔, 고등생·대학생 300엔, 초등·중등생 100엔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6월 1일~9월 30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10월 1일~5월 31일)
휴무: 매달 둘째·넷째 월요일, 12월 27~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