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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정말로 멋지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바이든 전 부통령)는 그의 관점을 제시했고, 나는 전적으로 그것에 대해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사람의 통화를 “매우 우호적인 대화”라고 규정한 뒤, 전화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약 15분간 지속됐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조치에 대한 제안을 공유했으며, 도전에 직면한 미국민들의 정신을 높이 샀다고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두 사람 간 통화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공개리에 내비쳤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 의사를 표하면서 이뤄졌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나는 우리가 (민주당 전대가 열리는) 밀워키에서 모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 박차를 가해 이 팬데믹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반박한 뒤, “언제든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한다면 기쁠 것”이라며 통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고, 마침내 이날 두 정적 간 통화는 이뤄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며 조롱해왔고, 코로나19 국면에선 ‘전국구 스타’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추켜세우는 식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깔아뭉갰다. 두 사람이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기는 했지만, 평소 워낙 사이가 틀어진 데다, 통화 시간도 15분에 불과해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은 이유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콕’하며 간간이 화상 기자회견이나 방송 인터뷰 등으로 얼굴을 내미는 처지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날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215명으로, 유일한 당내 대선 경선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910명)를 압도하고 있지만, 아직 매직넘버(1991명)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사실상 자신의 본선 상대로 여긴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역사상 최대 위기 중 하나인 코로나19 국면에서 초당적으로 야당 지도자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