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대로 흉기휘둘러"…끔찍했던 쿤밍테러 현장

  • 등록 2014-03-02 오후 4:47:31

    수정 2014-03-02 오후 4:47:31

목격자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차별 공격”

(홍콩=연합뉴스)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기차역에서 1일 저녁 발생한 집단 칼부림 사건의 범인들은 검은 옷과 검은 복면 차림을 한 채 몸에 소지하고 있던 긴 칼을 꺼내 역 광장과 매표소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시민을 공격했다.

테러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은 범인들이 역 1층 광장과 매표소, 2층 매표소에서 갑자기 칼을 꺼내 보이는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며 참혹했던 현장을 떠올렸다.

신화통신은 2일 목격자들을 인용해 범인들이 먼저 역 광장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매표소로 이동했으며 다시 광장으로 나와 범행을 했다고 전했다.

쭤(左)모 씨는 중국 인민망(人民網)에 “당시 역 광장의 대형 천막에서 쉬고 있었는데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청년 3∼4명이 긴 칼을 들고 천막으로 들어와서는 보이는 사람들을 베기 시작했다”라면서 “이 모습을 보고 모두가 공포에 떨면서 사방으로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20대로 보이는 한 범인은 칼을 들고 도망치는 사람을 쫓아가기도 했으며 한 여행객은 범인이 등 뒤에서 휘두른 칼에 맞아 현장에서 쓰러졌다고 덧붙였다.

쭤 씨는 이 승객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다른 승객들과 함께 광장 앞 식당으로 도망쳐 숨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범인들은 노인과 아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는 이번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왕(王)모씨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왕 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20분께 부모와 함께 하얼빈(哈爾濱)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멀리서 손에 50∼60㎝ 정도 되는 길이의 큰 칼을 든 사람들이 보이는 사람들을 베기 시작했다.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고 사람들은 목숨을 건지고자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왕씨 일행도 범인들이 자신들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지만, 왕씨의 어머니는 그만 의자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범인들의 손에 희생됐다.

탄(譚)모씨는 당일 기차역에 친구를 마중 나갔다가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근처 상점에 갔던 덕에 목숨을 건졌다.

그가 상점에서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괴한 7∼8명이 노인과 어린이 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있었으며 탄 씨는 범인들이 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시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탄 씨는 또 출동한 경찰이 찢어진 바지 사이로 피가 흐르는 5∼6세 정도의 아이를 안고 구급차로 오르는 모습을 봤다며 경찰로부터 이 아이의 부모가 모두 범인에게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 왕(王)씨는 동방조보(東方早報)에 이날 저녁 9시께 대기실에서 검은 옷을 입은 2명이 매표소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당시 7호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고 기다리던 양(楊)씨는 이들이 1호 매표소에 도착한 뒤 갑자기 1m 정도의 큰 칼을 꺼냈다면서 이들 중 한 명은 칼 2자루를 꺼냈고 이후 주변 사람들을 마구 베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괴한 중 한 명은 여자였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터넷에는 여행가방과 짐들이 혈흔 사이에서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매표소 주변 사진이 올라와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역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범인들이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인근 상점과 식당 등으로 피신해 몸을 감추고 범행을 지켜봐야 했다.

역 근처의 휴대전화 판매점 주인은 신경보(新京報)에 “10명 정도가 가게로 몸을 피했다”면서 “가게 문을 잠그고 소화기로 무장했으며 가게 유리창 너머로 범인들이 군중을 향해 칼을 겨누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또 허베이(河北)행 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던 한 농민공은 휴대하고 있던 대나무 물담배를 들고 범인과 맞서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20cm 넘는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 놓인 가운데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혼란 와중에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가족의 사진을 들고 이들의 행방을 애타게 찾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 사이에서는 핏자국이 난무하는 처참한 현장 사진들을 더는 인터넷에 올리거나 퍼뜨리지 말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푸자오러우주’라는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피가 낭자한 사진들을 올리는 것은 범인들이 바라는 것”이라면서 사진 올리기를 그만둘 것을 호소했다.

또 쿤밍 시내에는 부상자들을 돕기 위한 헌혈소 12곳이 개설돼 시민의 헌혈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쿤밍이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로 ‘봄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음을 설명하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더 쿤밍이 이전과 같은 도시로 기억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 분리 독립운동 세력이 조직적으로 기획한 테러인 것으로 보고 붙잡힌 범인을 대상으로 범죄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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