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선물환 거래 전담하는 외화안정기구 설립 필요"

한은 공동보고서 "금융시스템 위기 대응력 높여야"
  • 등록 2012-09-09 오후 5:07:52

    수정 2012-09-09 오후 5:07:52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2000년대 중반 국내 조선산업 매출이 20~30% 씩 증가하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조선업은 특성상 수주 후 선박대금을 수년간 나눠 받는다. 조선사들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려고 은행과 선물환 매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물환을 산 은행은 외화자산과 부채 규모를 맞추고 환율 위험을 없애려 주로 단기 해외 차입에 의존했다. 별다른 문제 없이 작동하던 이런 시스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뇌관이 됐다. 선진국 은행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단기 차입자금을 차환할 수 없게 돼서다. 달러가 마르자 달러-원 환율이 급
등했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지게 됐다. 즉, 기업의 정상적인 환헤지거래(위험 회피)가 은행 외화 단기차입을 확대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고리가 된 셈이다.

이같은 위기를 차단하려면 장기적으로 선물환 거래를 전담하는 외환안정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9일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왼쪽 사진)가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펴낸 ‘한국 금융시스템의 위기대응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 제안’ 보고서에서다. 신 교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이면서, 얼마 전까지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역임했다.

신 교수가 제안한 외환안정기구는 자산과 부채를 미국 달러화로 평가하고, 영업자금을 전액 자본금으로 충당하는 게 특징이다. 자산과 부채를 외화로 표시해 은행처럼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맞추려 해외 차입을 하지 않아도 되며,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앨 수 있다. 가령 1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자본금으로 외환안정기구가 출범한다고 치면 자산은 1억달러 자본금도 1억달러가 된다. 기구가 수출업체가 발행한 100만달러 규모의 선물환을 매입하면 외화자산이 늘어나는 데 그만큼 갖고 있는 외화 자산을 팔아 한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외화자산 불균형상태를 해소하게 된다. (아래 그림 참조)

외환안정기구를 가동하면 기존 거시건전성 안정정책을 보완할 수도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한이나 외화건전성 부담금 제도는 기업 실수요 때문에 생기는 헤지거래가 은행 차입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아울러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환 헤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외환안정기구가 현실화하려면 재원조달 문제, 지배구조, 외환시장 발전과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 기존 금융기관과 관계 같은 사안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한은 담당자들은 “외화안정기구는 아직 신 교수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이며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진행된 사안은 없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내놨다.

☞용어설명

선물환 매도거래:현 시점에서 미래 일정시점에 매각할 달러화 환율을 정하고, 해당 시점이 됐을 때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화를 팔고 그만큼의 원화를 가져가는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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