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기업' 코닝, 163년 장수비결은

생명력의 원천은 '인내자본·선반기술'
연매출의 10%를 무조건 R&D에 투자
장기적인 안목으로 업계·지역사회 투자
  • 등록 2014-11-23 오후 1:56:23

    수정 2014-11-23 오후 1:56:23

[뉴욕주 코닝=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4시간 떨어진 뉴욕주 업스테이트에는 다섯 개 호수가 손가락 모양으로 뻗어내려와 ‘핑거 레이크 타운(Finger Lake town)’이라 불리우는 코닝시(市)가 있다. 흔히 ‘코닝’하면 잘 깨지지 않는 코렐 그릇으로 알려져 있고 코닝시 한 가운데 코닝 본사가 있어 마을 이름이 기업명에서 유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다.

미국을 대표하는 장수기업 코닝은 포춘500 대 기업 가운데 흔치 않은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지난 1851년 창업 이후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전구에 사용된 유리를 만든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고 빛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광섬유도 이곳에서 처음 만들었다. 주부들 사이에선 파이렉스와 코렐 그릇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 커버유리와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시리즈 커버유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코닝은 연매출 79억달러(약 8조7900억원) 규모로 올해 포춘 500대 기업 중 343위를 차지해 사실상 그리 큰 기업은 아니다. 연매출 기준으로 하면 1위 기업 월마트는 물론 애플이나 포드 자동차, 홈디포, 시스코, 3M 등에도 한참 뒤처진다.

제임스 스타이너 코닝 특수소재 사업부 수석 부사장 겸 총책임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를 비롯한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는 상황에서 코닝이 꾸준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제임스 스타이너 코닝 특수소재 사업부 수석 부사장 겸 총책임자는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노력을 첫 손에 꼽으며 “코닝은 연매출 10%를 무조건 R&D에 투자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닝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올해 글로벌 산업소재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코닝은 당장 상용화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긴 안목으로 연구를 지원한다. 이를 두고 코닝에선 ‘인내 자본’이라 부른다. 빛을 볼 때까지 성과물을 선반 위에 올려두는 것을 ‘선반 기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성과가 바로 광섬유와 LCD용 기판유리, 최근 여러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는 강화유리 고릴라 글래스 등이다.

지역 사회와 유리 업계 미래를 위한 투자 역시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지고 있다. 코닝시에는 코닝이 유리 제조 역사 100년을 기념해 1938년 설립한 2층 높이 ‘코닝 유리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4만5000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돼있을 뿐 아니라 유리 제조가와 디자이너들을 위한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10주 단위 수업은 물론 1년 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코닝이 유리 아트를 위한 재단을 설립해 이 곳에 후원하는 금액만 1년에 1억3000만달러 정도다.

스타이너 부사장은 “LCD 기판유리가 상용화돼 빛을 보기까지 걸린 시간만 15년이었다. 장기적 안목의 꾸준한 R&D와 이어지는 프로세스, 생산 역량이야말로 코닝의 장수 비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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