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첫날. 박종분(80), 종옥(75), 종순(68) 3자매는 북에 있는 큰오빠 종성(88)씨를 만나자 “살아있어 줘 고맙다”며 이처럼 말끝을 흐렸다.
3남4녀 가운데 맏이인 종성씨는 6·25 전쟁 당시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가족들은 전쟁통에 맏이 박씨가 사망한 줄 알고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왔다. 장녀 입분(84)씨는 큰오빠를 그리워하다 지난해 11월 사망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작년 9월 추석 이산가족상봉이 예정대로 열렸으면 장녀 박씨가 큰오빠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다.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오빠 류근철(81)씨를 만난 정희(69)씨는 “오빠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며 무당에게 점도 봤다. 어떤 무당은 죽었다고, 또 어떤 무당은 살았다고 한 뒤로 찾는 걸 포기했다”며 “아직도 죽었나 살았나 믿기지가 않는다”고 기뻐했다.
이들은 1차 상봉 때와 마찬가지로 상봉 이틀째인 24일 개별상봉·공동중식·실내상봉을 통해 총 6시간,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1시간가량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 총 11시간의 만남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