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는데"…2차 상봉도 눈물만

  • 등록 2014-02-23 오후 8:01:59

    수정 2014-02-23 오후 8:02:20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여태 죽은 줄 알고 생전에 오빠를 그리워하며 제사까지 지냈는데….”

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첫날. 박종분(80), 종옥(75), 종순(68) 3자매는 북에 있는 큰오빠 종성(88)씨를 만나자 “살아있어 줘 고맙다”며 이처럼 말끝을 흐렸다.

3남4녀 가운데 맏이인 종성씨는 6·25 전쟁 당시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가족들은 전쟁통에 맏이 박씨가 사망한 줄 알고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왔다. 장녀 입분(84)씨는 큰오빠를 그리워하다 지난해 11월 사망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작년 9월 추석 이산가족상봉이 예정대로 열렸으면 장녀 박씨가 큰오빠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다.

이날부터 2박3일간 열리는 2차 상봉에서 북측 신청자 88명이 남측 이산가족 357명을 만났다. 남측 가족들은 6·25 전쟁 중에 소식이 끊긴 부모·자식, 형제·자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측 가족들은 행방불명된 북측 가족들의 제사를 지냈고, 영혼결혼식까지 올려준 가족도 있었다.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오빠 류근철(81)씨를 만난 정희(69)씨는 “오빠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며 무당에게 점도 봤다. 어떤 무당은 죽었다고, 또 어떤 무당은 살았다고 한 뒤로 찾는 걸 포기했다”며 “아직도 죽었나 살았나 믿기지가 않는다”고 기뻐했다.

이번 2차 상봉에서 북측 가족 88명은 80∼89세가 82명, 70∼79세가 6명으로 대부분 남쪽 가족보다 손 위다. 남쪽 가족들 중에는 어릴 적 헤어진 가족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준비해 온 사진 몇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가족임을 확인하고 혈육의 정을 느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과 남측 주최 만찬에서 총 4시간가량 만남을 이어갔다. 지난 60여 년간의 생이별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들은 1차 상봉 때와 마찬가지로 상봉 이틀째인 24일 개별상봉·공동중식·실내상봉을 통해 총 6시간,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1시간가량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 총 11시간의 만남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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