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산업단지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지의 공장 신·증설용으로 지원하고 ▲외국인 투자법인이 부지만 임대해 공장을 지을수 있도록 허용하고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메디텔) 을 도입하는 방안등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달 30일 국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확대하는 하도급법, 정년 60세 연장법, 재벌 총수와 최고경영자 등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대기업 임원 연봉 공개법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 재계 관계자는 1일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은 일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보다는 지금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는 이번에 통과된 경제민주화 법안이며 이는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들이 하나같이 크게 우려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일괄 통과돼 앞으로 투자와 고용 등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재계는 특히 2016년부터 기업들의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도록 한 ‘정년 연장법’이 기업들의 고용 환경을 크게 악화시키고 청년실업난이 가중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불리는 하도급법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향후 기업경영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국회 법사위가 정년 60세 의무화법을 통과시킨 것은 고령화시대를 대비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지만 기업으로서는 인력운용에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며 “좋은 일자리에 청년층의 진입이 한층 어렵게 돼 청년실업난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각 기업들은 이들 법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국회의 눈치를 보느라 대외적으로 공식 의견을 밝히는 것은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그룹은 특히 하도급법과 정년60세 연장법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 삼성의 한 임원은 “하도급법의 경우 기준이 애매해서 기업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사업을 하는데 있어 비용증가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정년이 연장되면 결국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원론적으로 긍정하면서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추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하도급법을 통한 지나친 규제강화는 자칫하면 자동차 업종의 특성상 회사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포스코는 다른 그룹에 비해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정년이 58세까지이며 재계약을 통해 연장이 가능해 이미 60세까지 근무가 가능한데다 하도급업체 선정도 연초 사회적기업 등을 배려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공정거래시스템도 도입해 시행하고 있어 이번에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회사내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관련 법안 중 시행할 제도에 맞게 그룹 내부적으로 개선하거나 새로 도입해야하는 것들이 있는지 초기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정부가 이번에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자 일부 기업들은 투자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행 규제로는 SK종합화학이 100% 지분을 가져야 했기에 유예규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작이 어려웠지만, 정부 계획대로 법안이 만들어지면 5000억원 규모로 파라자일렌 합작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환영했다. GS칼텍스는 일본 에너지기업 쇼와셸과 합작법인 설립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메디텔)을 준비해온 강동경희대병원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