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중 해외사업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주택사업 비중도 낮은 쌍용건설이 여타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보다 먼저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은 부족한 자본완충력과 고위험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자본완충력 취약…2003년 이후 유상증자 無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자본금은 1488억원으로 시공능력 한 단계 위인 두산건설(8773억원)의 17%에 불과하다. 두산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등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았던 반면 쌍용건설은 2003년이후 단 한 차례도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쌍용건설의 자본금이 원래부터 이렇게 적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납입자본금이 6800억원 수준이었지만, 쌍용그룹 해체와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1168억원까지 줄어들었다. 2003년 직원들의 320억원 유상증자 참여이후 자본금은 1488억원을 유지해왔다. 만약 쌍용건설의 자본금이 5000억원 수준이었다면, 올해 41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더라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는 피할 수 있었다.
크레디트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시 정부의 지분 희석 우려와 직접적인 자금지원에 대한 논란 등이 있을 수 있어 제때 자금 수혈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이동, 동자동 등 일부 사업장의 차환 우려가 유동성 리스크를 키웠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쌍용건설(당시 BBB+등급)의 PF대출잔액은 5995억원이다. 2009년말 1조8000억원에 비하면 33%선까지 줄어들었으나 대부분 악성 PF라는데 문제가 있다. PF 절대규모 자체도 동일등급인 한신공영(004960) 1835억원보다 3배가량 많고, 코오롱글로벌(003070)(BBB 1380억원)의 4배 이상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1조원을 웃돌던 PF를 6000억원까지 줄였지만, 대부분 악성 부실 PF가 남아있다”며 “절대적인 PF 규모가 클수록 악성 PF부담이 큰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남광토건, 극동건설 등 하루아침에 투자적격에서 ‘투기’등급으로 전락한 경험(?)을 살려 이번엔 넉 달에 걸쳐 8단계의 신용등급 강등에 나섰다.
불과 2년여전인 2010년 8월 신평사들은 쌍용건설을 ‘BBB+’로 올렸다. 이는 향후 1~2년간 이 등급에 걸맞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였지만, 2011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쌍용건설의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B+를 유지하던 신평사들은 지난해 10월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시한을 한 달 앞두고 투기등급 강등에 나선다. 현재 쌍용건설은 ‘B-’로 워크아웃(CCC) 바로 윗 단계다.
P-CBO 대상 배제…“5000억 내외 수혈 필요”
쌍용건설은 3월부터 대기업계열사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1조원의 유상증자를 한 두산건설도 P-CBO를 통해 최대 1000억원까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데, 쌍용건설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구조조정대상 기업이기 때문에 P-CBO 대상이 아니며, 채권단이 유동성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쌍용건설의 조정총차입금(총차입금+잠재채무)은 1조1030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1조2130억원)과 비슷하다. 오는 9월말까지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4200억원 수준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감자 후 출자전환 등에 나선다고 해도 신규 유동성 공급이 절실하다”며 “5000억원 내외의 자금이 있어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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