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TV도`…격동의 글로벌 IT 시장

HP "휴대폰·태블릿PC 사업 철수"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TV 시장선 소니 고전
"과거 보기 힘들었던 격변기…국내 업체 긴장해야"
  • 등록 2011-08-19 오전 10:44:35

    수정 2011-08-19 오후 12:38:49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글로벌 IT 시장이 격변기를 맞았다. 휴대폰과 TV 등 완제품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휴대폰 시장에서의 변화가 극심하다. 구글은 과거 휴대폰 시장의 강자였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으며, 휼렛패커드(H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사업을 포기했다.

◇ HP "스마트폰·태블릿PC 사업 철수할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리오 애포테커 HP CEO(최고경영자)는 18일(현지시각) 개최한 콘퍼런스 콜을 통해 "웹 OS(운영체제)를 적용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생산라인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P는 지난해 휴대폰 전문 업체 팜(Palm)을 12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팜은 지난 2008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8%를 기록했던 회사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과 리서치 인 모션의 블랙베리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며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었다.

한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팜을 인수해 단기간 내 시장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것이 HP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HP가 내놓은 제품은 시장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최근에는 태블릿 PC 신제품의 가격을 출시 한 달 만에 100달러 인하하게도 했었다.

결국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라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는 데 실패한 것.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현재 안드로이드와 iOS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5.9%, 18.1%인 반면, 웹 OS의 점유율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리오 애포테커 CEO는 "모바일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HP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분사나 매각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휴대폰 시장 격랑기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지각변동은 HP의 스마트폰 사업 포기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한화 약 15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모토로라는 지난 2006년 글로벌 휴대폰 점유율 21.7%로 노키아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2007년 삼성전자(005930)에 글로벌 2위 자리를 뺏겼으며,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지난해 점유율은 2.7%까지 하락했다. 결국 구글에 인수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지금까지 구글은 안드로이드 OS 시장의 확대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별도의 사업부로 경영할 계획이라며 직접 스마트폰 생산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 휴대폰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사실상 `올인`해왔던 국내 업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LG전자(066570)는 모토로라와의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처지가 됐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에도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 "소니, TV 사업 접어야 할 수도" 글로벌 IT 업계의 판도 변화는 단순히 휴대폰 시장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TV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변화의 근원지는 일본 소니다. 소니는 과거 글로벌 TV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경쟁사이자 협력사인 삼성전자에 지난 2006년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내준 데 이어 지난 2006년에는 프리미엄급 시장 1위 자리마저 삼성전자에 내주고 말았다.

최근에는 LG전자에도 뒤처지며 글로벌 3위 자리까지 밀려났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 TV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운 상태여서 앞길도 험난하다.

여기에 글로벌 TV 시장 수요 침체의 여파까지 맞았다. 현재 소니는 삼성전자와 합작한 S-LCD의 LCD 배정 물량도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S-LCD의 LCD 패널 중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소니가 만성적자로 TV 사업을 철수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시장이 과거 어떤 때보다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과거 강자였던 기업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매물 처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업체가 글로벌 IT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프트웨어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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