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삼성전자(005930)의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 2002년 디지털기기와 디지털가전의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 커진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했으며, 실제 삼성전자는 매년 집적도를 2배 높인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황의법칙'이 뜨거운 관심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최고급 호텔에서 신기술 개발이 발표된 것과 달리 이번엔 회사의 발표자료로 간략히 행사가 치러진 탓도 있다. 하지만, '황의법칙'에 대한 회사 안팎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 '황의법칙' 다시 입증..행사는 조촐하게
삼성전자는 작년의 경우엔 '황의법칙' 행사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화려하게 가졌다. 당시엔 40나노미터 32기가비트 낸드플래시의 개발 소식이 발표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집적도가 2배 높은 30나노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 개발이 발표됐지만, 삼성전자는 특별한 행사없이 '자료'만 배포했다.
그래선지 예년에 비해 다소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삼성전자는 오전 9시 증시개장에 맞춰 30나노 64기가 낸드플래시 개발 호재를 터트렸다. 하지만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개장직후 강보합 흐름을 지속하다 장중 1% 전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美증시 급락세 진정 및 전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더 강하다.
설계기술이 확보됐다고 하더라도 설계도를 반도체 웨이퍼에 찍어주는 포토리소그라피와 같은 반도체제조 핵심장비가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다면, 신기술 개발은 의미가 퇴색된다. 결국 기술개발 못지 않게 양산능력도 중요한 만큼 주식시장이 점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삼성전자, 앞선 기술로 후발사 추격 따돌려야
삼성전자가 '황의법칙'을 해마다 연속적으로 입증한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매년 '황의법칙'을 맞추기 위해 업청난 중압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마다 '황의법칙'을 입증하며, 메모리 반도체 설계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는 인식을 대내외에 충분히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황의법칙' 이벤트가 예년보다 조촐하게 치러져서 인지 삼성전자 안팎에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 전반에 걸쳐 후발사들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함으로써 예년처럼 '황의법칙'을 즐길 여유가 없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2003년부터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D램 메모리 사업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후발사들의 도전을 초래하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전자가 낸드 쪽에 드라이브를 거는 사이에 대만 D램업체들이 작년과 재작년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대만 업체들은 그 때 번 돈으로 올해 불황을 버티고 있다. 그래선지 삼성전자가 낸드 드라이브를 조금 미루고 D램시장에서 공세적으로 몰아쳤다면, D램 및 낸드 후발업체 모두의 사정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한 언론은 이번 '황의법칙'을 겨냥한 듯 최근 "도시바가 30나노m급 플래시메모리를 2009년~2010년중 대량 양산해 미세공정 경쟁에서 라이벌인 삼성전자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도시바의 추격설에 삼성전자로선 기분이 좋을리 없다. 아마도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를 망라한 후발사들의 총체적인 추격에, 마냥 '황의법칙'을 잔치로 즐길 여유가 없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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