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에 휘청이는 벤처 신화
10일 베이징상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식품 전자상거래 업체 메이웨이치치(美味七七)는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식품업계에서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메이웨이치치는 내부 공고를 통해 회사가 경영상 문제로 지난달 임금과 채무를 지불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현재 메이웨이치치 사이트에서 구매는 가능하지만 고객센터와는 연결이 되지 않는 상태다.
지난 2013년 5월 상하이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메이웨이치치는 이듬해 아마존차이나로부터 2000만달러(약 231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는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발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에 따라 설립 1년만에 100만 회원을 돌파하고 첫해 매출 1억위안(약 178억원)을 달성하며 명실공히 성공한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 든든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로 메이웨이치치는 확장세를 이어가며 식품 외 생활용품, 오프라인 매장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최근 징둥, 쑤닝 등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잇달아 식품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이웨이치치는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동안의 지나친 사업 확장도 위기 상황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며 결국 핵심인력 유출로 이어졌다.
화장품 스타트업계 대표적 성공 사례 쥐메이(聚美)는 짝퉁 논란으로 고전하고 있다. 쥐메이는 최근 현지언론으로부터 짝퉁 제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주가도 올 들어 약 30% 가량 급락했다.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자 창립자 레오천(陳歐· Leo Chen) 대표가 “쥐메이에 가짜 제품이 있다면 100만위안(약 1억7800만원)을 배상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강경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둔화에 경쟁 가열..‘돈줄이 마른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스타트업 출신 기업들이 이처럼 잇달아 위기에 봉착하는데에는 중국 경기둔화가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둔화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중국 정부가 창업을 적극 지원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벤처는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돋보이기보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또 실물경기 둔화가 가속화하면서 지난해부터 금융시장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창업투자 규모도 빠르게 감소했다. 중국의 창업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상하이증시가 급락한 작년 7월을 고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 지원을 믿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던 스타트업들은 순식간에 자금난에 부딪혔다. 스타트업 특성상 투자금이 꾸준히 공급돼야 하지만 분위기가 일순간에 달라지면서 자금줄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한 중국 전문가는 “지난해 여름 증시 급락사태를 겪으며 중국 정부가 기업의 신규 상장을 중단해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면서 “올해 상당수 중국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