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뎀바(폴란드)=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3시간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노바뎀바 마을에는 폴란드 육군 제18포병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폴란드 군 당국은 지난 5일(현지시각) 대한민국이 수출한 다연장로켓(MLRS) ‘천무’ 운용부대를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우리의 ‘명품 무기’인 K9 자주포 3문과 천무 다연장로켓 3문이 포신과 발사대를 하늘 높이 쳐들고 취재진을 맞았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국경에 K9·천무 배치천무의 폴란드 군 제식명은 ‘호마르-K’다. 폴란드어로 바닷가재(lobster)를 뜻하는 ‘호마르’(Homar)에, 한국으로부터 도입했다는 뜻에서 ‘K’를 붙였다. 폴란드 군은 미국산 다연장로켓인 ‘하이마스’도 도입하고 있는데 제식명은 호마르-A다. 폴란드의 또 다른 자주포 이름도 게(crab)를 의미하는 ‘크라프’(Krab)인 것을 감안하면 기갑장비에 주로 갑각류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 5일(현지시각) 제18포병여단에 배치된 K9 자주포와 천무(호마르-K)가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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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관계자는 이날 자신의 부대가 연대에서 여단으로 승격됐다고 했다. 18포병이 단독 작전이 가능한 부대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폴란드 남부에 위치한 이 부대는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차로 1시간 30분 거리다. 최전선에 있는 포병부대라는 의미다. 폴란드 군 최초로 호마르-K가 전력화 됐는데, 현재 15문을 운용하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이 수출한 K9자주포 24문도 배치돼 있었다.
현재 호마르-K는 18포병여단 외에도 6문이 벵고제보에 있는 11포병연대에 배치돼 있다. 폴란드 북부 벵고제보는 러시아 최서단 항구도시 칼리닌그라드와 지근거리다. 11포병에는 이달 말까지 총 12문이 추가로 전력화 될 예정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군 현대화 일환으로 2022년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을 도입하기로 했다. K9자주포는 218문에 대한 1차 실행계약 체결 이후 작년 12월 금융지원 등을 조건으로 152문에 대한 2차 계약이 이뤄져 현재 금융계약 체결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지생산 등이 포함된 300문에 대한 3차 실행계약 체결이 남아 있다. 천무는 1차 218문, 2차 72문에 대한 실행계약이 모두 마무리 됐다.
| 지난 5일(현지시각) 폴란드 육군 제18포병여단 소속 K9 자주포가 격납고를 나와 기동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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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형 천무, 300㎞ 장사거리 미사일도 탑재천무는 단발 또는 연속으로 12발의 로켓을 쏠 수 있다. 유도 로켓 등 다양한 사거리의 탄종을 운용할 수 있다. 폴란드형 천무 체계는 사거리 80㎞ 239㎜ 유도미사일에 더해 300㎞급 장사거리 유도미사일을 탑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6일(현지시각) 열린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 현장에서 폴란드 민간 방산업체 WB그룹과 239㎜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호마르-K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를 납품하면 폴란드 사격 통제시스템과 폴란드 옐츠(JELCZ) 트럭에 통합해 군 부대에 인도된다. 이들 조립은 노바뎀바에서 동쪽으로 50여㎞ 떨어져 있는 국영 PGZ 자회사 후타스탈로바울라(HSW) 공장에서 이뤄진다. 우크라이나 바로 앞에 위치한 이 공장에선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되고 있는 각종 기갑 장비들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 지난 5일(현지시각) 폴란드 육군 제18포병여단 소속 호마르-K가 야외전술교장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기동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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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포병여단에는 장비 고장시 정비를 지원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파견한 인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K9자주포 관련 4명, 호마르-K 관련 4명, 책임자 1명 등 9명이다. 폴란드 유럽법인을 통한 현지 정비 인력도 채용해 올해 말에는 폴란드 전체 고객서비스(CS)를 위한 인력을 17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 인근 사격장에서 18포병의 실사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지만 보안상 출입이 금지됐다. 대신 부대 측은 야외전술교장에서 호마르-K의 기동 시연을 선보였다. 포장된 도로에서는 8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호마르-K 차량은 울퉁불퉁한 땅에 발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에서도 30~40㎞로 기동했다. 야지에서도 기동력을 유지하며 궤도형 이상의 작전능력을 과시했다.
18포병여단 호마르-K 운용 장교인 베를라 올브리하트 소위는 호마르-K 장점으로 단시간 다량의 사격과 긴 사거리, 명중률을 꼽았다. 특히 “기술적으로 매우 발전된 동시에 직관적이어서 승무원들이 새로운 장비의 기능을 빠르게 익힐 수 있고, 의도한 대로 효과적으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호마르-K 기동 시연을 하는 내내 인근 숲에서는 부대원들의 분대 단위 기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했다 치고식’이 아닌 실전적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2시간여 체류하는 동안 소총 공포탄 100~200발이 불을 뿜었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한 폴란드 군의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 지난 5일(현지시각) 폴란드 육군 제18포병여단 소속 호마르-K가 야외전술교장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기동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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