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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리는 미국을 방문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에게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라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환국해 결심한 대로 하시라.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고 했다. 파격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과 정세균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다. 공교롭게도 ‘김·반·정’ 세 사람은 모두 충청 출신의 인사다.
이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분쟁 해결이나 갈등해결에 경험을 쌓아 왔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반 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가 많다”며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고 거들기도 했다. 그러자 반 총장은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야권에선 이를 놓고 반 총장이 대선 출마의지를 굳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미국 순방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1월에 환국하겠다고 했고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기 때문에 (대선 출마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반 총장은 우 원내대표가 귀국시점을 물어보자 “내년 1월 중순 이전에는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번 반 총장이 보인 언행은 지난 5월 방한했던 때와는 한층 결이 다른 분위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에는 국내 주요 정치적 현안에 대해 침묵행보로 일관했다. 그는 “(퇴임 직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심하겠다”고 했다가 대선 출마를 시시했다는 반응이 나오자 이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은 삼가· 자제해달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다. 반 총장은 이제 ‘변수(變數)’가 ‘상수(常數)’가 됐고 1월이라는 귀국시점을 못 박으면서 대권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여권에선 김무성·오세훈·유승민·남경필, 야권에선 문재인·안철수·손학규·김부겸·안희장·박원순 등의 잠룡이 대권 행보를 시작했거나 도전의사를 내비치는 상황이어서 반 총장의 향후 행보는 대권경쟁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 총장이 충청권 대망론을 넘어 대권 유력주자가 될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 야권에선 경계감을 드러내며 ‘검증’을 벼르는 상황이다. 우 원내대표는 “반 총장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검증은 이제부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