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하외구 리큅 대표 "남들 다하는 거 하면 재미없죠"

리큅, 식품건조기 등 소형가전 매출 480억 달성
블렌더·채유기·해외시장 공략..올해 1000억 목표
오래 쓰는 제대로 된 제품 만들어야..6년 품질보증
오래된 식품건조기 사용고객, 무료 교환 이벤트도
  • 등록 2015-03-10 오전 9:08:17

    수정 2015-03-10 오전 9:40:38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화창한 4월말에서 5월초 황금연휴에 직원 100여명이 모두 미국 그랜드캐년 여행을 간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공짜 여행인데다 용돈까지 준다. 직원들은 3년전 파타야도 다녀왔다.

회사에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 연극연습실이 있고, 한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다목적홀에서 파티도 할 수 있다. 사무실 군데군데 사진·그림 등 예술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거둔 식품건조기 등 소형가전회사 ‘리큅(L’EQUIP)’ 이 주인공이다.

리큅의 식품건조기 IR D5와 하외구 리큅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하외구 리큅 대표(사진·53)는 대학졸업 후 개인사업을 하다 중도에 한 무역업체에 입사해 해외 마케팅 파트에서 10년 가까이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중 터진 1997년 외환위기(IMF)때 삼성·LG 등 대기업이 사업에서 손을 턴 소형가전 분야에서 희망을 봤다. “당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소형가전업체들의 품질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해외영업에 어두워 제품을 못 팔고 있었다. 소형가전은 해외에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1998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문을 연 리큅은 지난해 식품건조기, 블렌더 등 소형가전으로 매출 4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30% 성장세다. 올해 목표는 1000억원이다.

“사실 500억원 하던 회사가 1000억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3년간 올해 매출을 위해 준비한 제품들이 많다. 시장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본다.”

리큅이 지난해 식품건조기 50만대를 팔아 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면, 매출 1000억원을 이끌 주력 제품은 ‘블렌더’다. 제대로 된 블렌더라면 강력한 모터가 필요해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제대로 된 블렌더인 바이타믹스, 블랜텍 등은 한국시장에서 100만~2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판매가격은 절반이하인 500달러선이다. 리큅이 4월께 선보일 블렌더는 32만원선이지만, 유럽 수출가격은 600유로로 더 비싸다.”

하외구 리큅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우리는 오래 쓸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화성에 위치한 리큅 본사공장에 큼지막히 붙어있는 문구다. “사실 대부분의 주방가전업체들이 처음에는 비싸게 받고, 경쟁구도가 되면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쓴다. 하지만 리큅의 식품건조기 가격은 2004년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싸지지 않았다. 회사로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반할 수 있지만, 오래 가려면 가격 변화가 없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리큅은 전국 63개 아웃소싱 서비스센터를 통해 신속한 사후관리(AS)를 제공하고 있다. 품질보증기간도 6년이나 된다. 올해엔 오래된 식품건조기를 사용중인 고객들에게 리큅의 17년 기술력이 응축된 42만원짜리 최신 식품건조기(IR D5)로 무료 교체해주는 이벤트를 계획중이다.

하 대표는 식품건조기에서 블렌더로, 또 채유기로 소형가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인 해외수출도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올해 매출의 10%(100만달러)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30%수준까지 해외매출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하 대표는 ‘남들이 다 만드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1998년 주서기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이미 원액기 샘플제품까지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당시 리큅에 있던 엔지니어가 이직한 뒤 원액기로 큰 히트를 거뒀지만, 그는 결국 원액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그는 “잘 팔려서 만들어 파는 것은 재미가 없다. 리큅은 엉뚱한 일을 하는 회사, 재미난 일을 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니 사명부터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 사람은 싫어하지만,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이큅먼트(equipment)에 관사 ‘le’를 붙여 불어 느낌의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리큅은 원래 불어(레퀴프)로 팀(Team)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할 계획이에요. 우리 회사 마케팅부서의 주요 업무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리큅이 사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가 고민하는 일입니다.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어떤 행사를 하나 하더라도 그런 가치가 분명히 녹아 있어야 해요.”

자료: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리큅 제공 (단위:억원, %) *2014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보수적 추정치
하 대표는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다각적인 기업가치 향상 및 공유방안도 고심중이다. 이미 지난해 하나대투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고, 2017년께 상장(IPO)할 예정이다. 리큅은 소형가전 제조업체지만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로 높은 편이다. 하 대표는 올해 직원들 임금을 두 자릿수로 올려주고, 3~5년내에 동종업계에서 최고 대우를 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삶을 사는데 있어 우선순위는 잊어버린지 오래됐죠. 순간순간 행복하게, 닥치는 대로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리큅은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과 오랫동안 함께 가는 회사가 될 겁니다.”

다음은 하 대표와의 질의응답.

-올해 매출 1000억 달성의 구체적 계획은.

△지난해 매출 480억원중 370억원(78%)가량을 식품건조기에서 올렸다. 올해는 블렌더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제대로 된 블렌더는 모터가격이 웬만한 블렌더 제품가격과 비슷하다. 모터를 블레이드까지 전달해주는 내구성, 안정성 확보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기름을 추출하는 채유기도 4월께 출시한다. 들깨를 직접 필요한 만큼 짜서 써보면 향이 완전히 다르다. 특허도 있는 만큼 다음달부터 중국 OEM제품으로 7개 홈쇼핑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1000억 매출중 중국을 비롯한 해외매출 10%를 목표로 한다.

-영업이익은 어느정도인가.

△지난해 48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상당히 잘 나왔다. 전년대비 호조세로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였다. 리큅이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찾기 때문에 그렇다. 소비자는 싸게 사고, 저희는 충분한 마진을 가져가는 구조다. 홈쇼핑같은 경우엔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

-중소기업인데 ‘품질보증 6년’이 남달라 보인다. 철학이 있나.

△‘우리는 오래 쓸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라는 화성본사 공장 문구처럼 제품만 제대로 만들면 6년의 AS보증은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집에서도 2005년에 만든 건조기를 쓰고 있다. 한국내 경쟁 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시장을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식품건조기는 세계 제일의 기술력이 확보됐다고 생각한다. 신제품 IR D5에 리큅의 기술력이 응축돼 있다. 건조기의 핵심은 열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바람이다. 바람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 리큅의 건조기를 통해 40분이면 건조될 재료가 타사 제품을 이용하면 2~3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기술력의 차이다.

-식품건조기 사용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나.

△하루 10시간 사용기준 190원이다(누진세 제외). 리큅의 식품건조기는 열을 70도까지 올린 뒤 히터를 끄고 전원을 차단한다. 온도가 조금 내려가면 히터를 살짝 가동해 다시 70도를 유지해주는 구조다. 중국제품 등의 경우 헤어드라이기처럼 바람을 계속해서 틀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상장 계획은.

△2017년쯤 상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공개(IPO)를 했을 때의 장·단점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IPO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고, IPO를 통한 조달자금 사용처도 아직은 계획이 없다. IPO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 지분 65%가량은 가지고 있을 예정이다.

-개인적 취미는.

△사내 탁구동호회장을 맡고 있다. 등산도 좋아한다. 지난해 11월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도 다녀왔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직원이 선물한 캘린더를 보다가 문득 가고 싶어져서 무작정 다녀온 것이다. 사실 직원들과 히말라야에 별보러 가고 싶었는데, 반응이 안 좋아서 나만 따로 다녀왔다.(웃음)

-당부하고 싶은 말.

△잘 팔려서 만들어 파는 건 재미가 없다. 리큅이 엉뚱한 일을 하는 회사, 재미난 일을 하는 회사로 애정을 갖고 봐주시면 좋겠다. 이 건물 6층도 그렇지만, 2층은 누구든 와서 요리할 수 있게 오픈하고, 3층은 연극배우들을 위한 연습장으로 쓰고 있다. 가끔 발레같은 공연도 한다. 올해부터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에서 불우한 분들을 돕는 방법도 있지만, 리큅은 좀 더 재미난 방법으로 사회와 소통하면서 환원하고자 한다.

○하외구 리큅 대표는…

△1982년 인하대 경제학과 졸업 △1991~1993년 신한인터내쇼날 비서실, 신규 프로젝트팀 △1991~1993년 제일 캐나다 지사장 △1990~1997년 제일엔지니어링 해외사업부 팀장 △1998년~현재 리큅 대표이사

하외구 리큅 대표. 사진=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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