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저축은행 정리방식..다음달 새 주인 맞는다

영업정지와 동시에 매각작업 개시..가교저축은행 설립과정 생략
"금융지주사 등 인수희망자 있어 가교저축은행 필요없어"
  • 등록 2011-01-14 오전 10:44:10

    수정 2011-01-14 오전 10:44:10

[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금융당국이 새로운 저축은행 정리 절차를 내놨다. 소요기간이 종전보다 1년정도 단축된 방식이다. 저축은행 인수 희망자들이 많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인데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는 금융지주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예금이 묶이는 기간도 더 짧아지고 영업을 못하고 비용만 나가는 기간도 줄어들어 저축은행 정리에 투입되는 비용도 감소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삼화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1개월간의 경영정상화 기간과 관계없이 영업정지시점부터 매각절차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 저축은행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경영정상화 기간 동안 기다린 후 자체정상화에 실패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매각작업에 착수하던 종전 방식과는 다른 구조다. 

예금보험공사는 영업정지일인 오늘(14일)부터 당장 매각절차를 시작해 2월 중순까지 최종인수자를 선정하고, 3월하순까지는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는데는 평균 15개월이 걸렸다.

삼화저축은행 정리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가교저축은행을 만드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부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자산을 우량자산과 부실자산으로 나누고, 우량자산을 예보가 설립한 가교저축은행으로 이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설립된 가교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상화되면 예보는 다시 주관사 선정, 실사, 입찰 등의 M&A 과정을 거쳐 가교저축은행을 매각했기 때문에 정리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삼화저축은행의 정리방식이 예전과 다를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인수자들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전격 선언한 우리금융지주(053000) 등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후보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일저축은행(현 예나래저축은행) 등 과거의 부실 저축은행들은 인수희망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교저축은행을 만들어 영업을 정상화시킨 후에 매각에 나섰다"며 "삼화저축은행은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희망하는 곳인 만큼 가교저축은행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이 대부분 지방에 소재한데 반해 삼화저축은행은 서울 강남과 신촌에 영업점을 가진 저축은행이어서 인수를 원하는 금융지주사들이 많을 것으로 평가된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은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어서 홍보효과를 노리는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화저축은행의 정리기간을 대폭 줄인 것은 전일저축은행 등 시간만 질질 끌다가 부실을 키운 전례 때문이기도 하다.

예보 관계자는 "영업을 하면서도 M&A가 안됐는데 영업정지를 당한 상황에서 M&A가 이뤄지겠느냐"며 "지금까지 경영정상화 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증자를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경영정상화 기간을 줘봐야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저축은행에 자체생존을 기대하는 건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삼화저축은행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해 7월 검사결과 BIS비율이 영업정지 대상인 마이너스로 확정된 이후 이미 수차례의 증자와 M&A가 무산됐다. 

인수후보자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업정지라는 절차를 거친 후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삼화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에 부실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화가 시장 자율에 의해 M&A가 된다면 금융당국으로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만 가할 수 있을 뿐 부실책임을 물을 순 없다"며 "영업정지 조치로 정부자금인 예보기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삼화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하기로 한 나머지 5개 저축은행들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금융당국은 삼화저축은행을 포함해 부실 정도가 심한 6개 저축은행은 예보기금 투입 후 매각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다. 관련기사 ☞ [단독]김석동式 구조조정 저축은행 6곳..상장사 없어  나머지 저축은행들 역시 앞으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해당 저축은행에 대해 각각의 경영정상화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경영정상화 기간의 종료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삼화저축은행 영업 정지..예금 후순위채 등 630억 피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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