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과장은 "바이러스는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정해져 있는데,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지금이 가장 활동력이 좋을 때이다. 최근 A형 간염에 걸린 10대 청소년들이 병원에 많이 온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대표적인 수인성(水因性) 전염병. 감염자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물이나 음식물을 오염시키고 이를 다른 사람이 마시거나 먹을 때 감염된다. 물을 끓여 먹지 않고 마시거나 날 음식을 많이 먹는 여름에 감염자가 잘 생긴다.
A형 간염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형 간염 환자 수는 2005년 798명에서 2006년 2081명, 2007년 2233명, 2008년 7895명을 거쳐 올해는 이달 15일까지 이미 4231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한 고등학교에서는 13명이 한꺼번에 A형 간염에 걸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후진국 병인 A형 간염이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뭘까? 몸 안에 항체가 없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이전만 해도 상하수도 시설 등이 미비해 어릴 때(0~5세) A형 간염을 앓는 경우가 흔했다. 이 나이 때에는 A형 간염에 걸려도 감기 정도의 증상만 있어 간염에 걸린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A형 간염이 흔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릴 때 A형 간염을 앓지 않아 몸 안에 바이러스와 싸울 항체가 없는 사람들이 해외에서 A형 간염에 많이 걸려온다는 것.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0~5세 어린이들은 A형 간염에 걸려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40세 이상은 거의 대부분 항체를 가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항체 보유율이 낮은 10~20대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10~20대와 40~60대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큰 차이가 있다.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종현 교수팀이 2007년 질병관리본부와 공동 연구한 결과를 보면 40세 이상의 A형 간염 항체 보유률은 100%에 가깝지만 9~29세의 항체 보유률은 10~30%에 그쳤다.
A형 간염, 예방 수칙
1. 손을 잘 씻어라: A형 간염은 감염자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먹어서' 생긴다. 무의식중에 손을 입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을 잘 씻고, 씻지 않은 손은 입에 가져가지 않는다.
2. 끓여 먹어라: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삶거나 익히면 죽는다. 요즘과 같이 감염자가 많을 때에는 어패류 등 날 음식을 피하고 물도 끓여 먹어야 한다.
3. 예방접종하라: A형 간염은 예방 접종을 하면 90% 이상 항체가 생긴다. 만 1~16세까지 접종이 가능하며 접종 비용은 1회 4만~7만원. 한번 접종한 뒤 6개월~1년 뒤에 추가 접종해야 한다. 어릴 때 예방접종을 해도 20~30년 지나면 항체가 없어질 수 있으므로 성인이라도 항체 검사를 해봐서 항체가 없으면 다시 접종해야 한다. 중국·동남아 등으로 자주 출장 가는 사람, B형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 관련기사 ◀
☞직장인 남성 세수할 때 갑자기 ''푹''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