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20일 한국전력 본사 11층에서 열린 전력수급 비상대책회의. "여기가 전력 회사의 심장이 맞나" 싶을 만큼 조명은 어두컴컴했고, 회의장은 찌는듯한 더위로 숨이 턱턱 막혔다.
에어컨은 정부의 공공기관 권장온도인 28도에 맞춰져 있었지만, 회의장에 들어찬 사람들의 열기까지 더해져 한증막을 방불케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뺨은 발그스레했다. 그의 첫 마디도 "무척 더웠지만, 참았다"였다.
이날 회의는 여름철 전력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이런 취지로 열린 회의니 형광등은 물론 전기를 많이 쓰는 에어컨 온도를 낮추는 것은 엄두도 못 냈을 게 분명하다. 선풍기도 일부러 치웠다고 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다고 한다. 그런데 여름 공급예비전력은 420만kW(예비율 5.6%)에 불과하다. 자칫 대형 발전소 한 곳이 고장나 가동을 멈추기라도 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비상대책이라고는 전기를 아껴쓰자는 말밖에 없으니, 장관이 찜통 한증막 회의라도 열며 몸으로 보여줄 필요도 있었을테다.
하지만 한증막 회의가 전력난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국민들이 참고 아껴달라'는 구호는 촌스러울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다. 게다가 문제의 본질마저 왜곡한다.
전력사정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에다 원가보다 싼 전기료가 배경이다. 특히 대기업은 헐값에 전기를 써왔다. 이런데도 기업 협조가 절실한 최 장관은 이날 "경쟁이 치열해 산업용 전기료는 많이 올릴 수 없다"며 당근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를 보고 누군가 이렇게 촌평했다. "아무리 절약도 좋지만 선풍기는 틀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고생한 장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땀 흘리며 노력해야할 곳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땀흘린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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