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응찬 실명제법 위반 여부 현장조사 착수

지난주부터 4~5명 현장 상주..차명계좌 개설 과정 조사
  • 등록 2010-09-07 오전 10:25:33

    수정 2010-09-07 오전 10:25:33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 지난주부터 신한은행 본점에서 현장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7일 "지난주부터 너댓명의 검사역이 신한은행으로 가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현장조사가 계속될 지는 좀 더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 회장의 차명계좌는 지난 2007년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사건을 검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라 회장은 당시 골프장 지분을 박 전 회장으로부터 인수하기 위해 건넨 돈이라고 해명하고 넘어갔지만, 지난 4월 국회 법사위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 문제를 놓고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라 회장에 대한 봐주기가 아니냐는 여론이 빗발치자 금감원은 지난달 검찰과 신한은행 양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차명계좌와 관련한 처벌조항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현행 `금융 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실명 거래를 한 금융회사 임직원과 금융회사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고, 금융회사 직원이 고의로 3억원을 초과하는 비실명 거래를 하는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정직` 이상의 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명제법이 타인의 금융정보를 누설한 금융사 임직원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차명계좌를 개설한 고객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으며, 3억원 이상의 비실명 거래에 연루된 금융회사 직원도 제재할 수는 있지만 라 회장의 직접 지시여부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일부 실무 직원에 대한 징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우선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입출금을 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들을 검토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면접 조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결과는 신상훈 신한금융지주(055550) 사장에 대한 검찰 고소와 맞물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만한 사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백순 행장 측이 신상훈 사장을 고발한 배경에는 신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전에 라 회장이 차명계좌 문제로 타격을 입을 경우 신한금융의 대권이 신상훈 사장에게 넘어간다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신 사장의 불법 대출과 횡령 의혹이 먼저 불거지느냐 아니면 라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의 파장이 커지느냐에 따라 신한금융지주의 경영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라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측은 금감원이 차명계좌를 제대로 조사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필요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계속 덮어뒀다는 주장이다.

감사청구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며 감사청구가 채택되면 감사원은 3개월 내에 금감원의 차명계좌 검사 전반에 대한 감사를 마치고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금융 사태에 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당국이 취할 조치가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11월에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가 예정돼 있다"고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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