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아이스크림 가격표시, 안하나 못하나

  • 등록 2013-06-27 오전 10:50:52

    수정 2013-06-27 오전 10:50:52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반값 아이스크림’ 가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크림의 주요 판매처인 슈퍼마켓에서 이를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도입한 제품은 롯데제과의 4종이 전부다. 지난해 롯데제과(004990) 16개 제품, 롯데푸드(002270) 7개 제품, 빙그레(005180) 7개 제품 등 총 30개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도입됐던 것에 비하면 부진한 상황이다.

한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면서 60% 할인제품과 정가제품을 서로 다른 냉동고에 구분해 담아 놓고 있다. 왼쪽 냉동고에는 ‘이 통의 아이스크림은 정가제품입니다. 세일품목에서 제외’란 문구가 적혀 있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은 올해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더 이상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슈퍼마켓에서는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50%에서 많게는 80% 할인 판매하면서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이스크림 가격(호가)은 이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 정가 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바형 제품의 경우 정가는 600원이지만 호가는 1200원으로, 슈퍼마켓에서는 이를 할인해 500~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을 표시한 제품의 경우 할인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는 더 이상 ‘미끼 상품’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또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 간 입장에 차이가 있는 것도 가격 표시를 확산시키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가장 먼저 도입한 롯데제과는 이를 확산시켜 아이스크림의 가격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푸드와 빙그레는 소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해태제과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품에 가격이 표시돼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 제품에만 표시돼 있다 보니 가격이 표시돼 있으면 판매처에서 외면을 당할 때가 많다”며 “의욕적으로 가격 표시를 했지만 후발업체들의 참여가 미진하다 보니 확산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슈퍼마켓에서는 가격 표시된 제품을 아예 팔지 않거나 가격 표시 제품과 가격 미표시 제품을 서로 다른 냉동고에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제조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시장의 왜곡된 가격 구조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희석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사무관은 “아이스크림 시장의 가격 구조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에 가격 표시를 권고하고 있다”며 “슈퍼마켓에서도 가격표시를 하지 않고 ‘반값할인’ 등만 표시해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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