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다운(DOWN)'을 보면 2013년이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박주만 대표
  • 등록 2013-01-10 오전 10:44:42

    수정 2013-01-10 오전 10:44:42

[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 수십년만에 가장 춥다는 올 겨울, 사상 유례없는 장기불황으로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한 유통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 매우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던 온라인쇼핑조차도 올해 매출 성장율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전반적으로 소비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말 그대로 한껏 ‘다운(DOWN)’된 소비심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모든 유통업체들의 올해 지상과제가 됐다.

작년 유통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는 다운(DOWN)은, 다시 다음의 4가지 트렌드로 분석할 수 있다. 가격이나 품질을 한단계 낮춘 상품을 찾는 ‘소비 다운그레이드’(Downgraded consumption),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융합’(Online-offline convergence), ‘기왕 쓸 돈 제대로 썼다고 느낄 수 있는 가치소비 확대’(Well-spent), 소비패턴 변화로 인한 ‘새로운 틈새시장 부각’(Niche market)이다. 2012년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올해 유통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보인다.

우선, 2012년에는 ‘소비 다운그레이드’와 ‘가치소비’ 현상이 두드러졌다. 소비 다운그레이드로 단순히 객단가 하락이나 판매 위축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픈마켓에서는 롤티슈나 샴푸-린스겸용 투인원 샴푸 등 업소용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부가기능을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 있는 저가 세탁기나 전기밥솥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소비 다운그레이드 현상에 부합한다.

전반적 소비는 줄었지만 저렴하면서도 새로운 가치가 있는, 소위 ‘칩시크(Cheap-chic)’상품들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작년 오픈마켓 히트상품으로 꼽힌 ‘한줌견과’의 경우 포장을 바꿔 부가가치를 높인 가치소비 상품이다. 기존 킬로그램 단위 포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한번 먹을 만큼만 소포장해 건강간식 수요를 콕 집어냈다. 2013년에는 각 유통업체별로 가치소비에 부합할 수 있는 상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상품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여러 브랜드의 소용량 화장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가 인기를 누리는 현상이나, 온라인쇼핑몰별로 주방용품, 침구, 공구 등 각종 전문관을 생성-강화하는 것도 이와 연계되어 있다.

틈새시장이나 틈새 소비자군의 부상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2012년에 주목받은 틈새시장은 상당 부분 경기침체의 부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틈새 소비자군인 1인가구의 경우, 불황 여파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취업준비나 가족해체로 인한 홀로살이 가구 증가가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 인기를 끈 소포장 먹거리, 공간효율가구, 다기능 전자제품 등 1인가구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올해 유통업체들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틈새시장 발굴은 유통업체에게 항상 숙제가 되어 왔다. 경기침체에 사업 운영 비용절감을 위해 온라인 쇼핑에 뛰어드는 자영업자(B2B) 구매자, 장년층 이상 실버 구매자들의 수요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촉발시킨 ‘온-오프라인 유통융합’은 예외 없이 모든 유통업체들이 주목해야 하는 트렌드가 됐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스마트폰을 들고 가서 가격비교한 후 더 저렴한 다른 매장에서 사는 쇼루밍(showrooming)은 영미권에서는 이미 매장방문고객 중 절반 이상이 시도해 봤다고 설문에 답변할 정도다. 스마트폰 덕분에 예전에는 극명하게 분리되어 있던 온-오프라인 유통 고객구분이 점점 모호해졌다.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각 업체별로 위협과 기회는 동시에 늘어난다. 최근에는 온라인몰 가격비교뿐 아니라 고객의 위치에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의 할인전단정보를 검색해 비교할 수 있는 ‘탈플랫폼’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유통업체의 모바일쇼핑 강화는 해당 부서에 국한되어 진행되기보다 기존 유통기반과 긴밀히 연결하여, 소비욕 생성부터 상품검색-추천-상품평 체크-구매로 이어지는 쇼핑의 모든 단계에서 모바일 쇼핑경험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유기적으로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

작년 연말 대학교수들이 뽑은 희망의 사자성어로 ‘낡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포진한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이 선정됐다. 혜성을 불길한 징조로 보는 관행을 버리고 백성의 마음을 살피고 오히려 변혁의 계기로 삼았다는 일화에서 따 온 말이다. 2012년, 유통업계 전반에 깊이 드리워졌던 경기침체(DOWN)의 그늘을 돌아보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 2013년 새로운 상승(UP)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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