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변한' 된장, 원인은 정부?

된장 제품 갈변으로 인한 클레임 작년 대비 2배 증가
올 여름 무더위, 저염 제품 출시가 갈변 현상 촉발
  • 등록 2012-11-15 오전 10:53:22

    수정 2012-11-15 오전 10:53:22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주부 김경미씨는 마트에서 산 된장의 뚜껑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된장 색깔이 검게 변해 있었기 때문. 평소 된장을 샀을 때는 갈색빛이었는데 이번 제품은 왠지 상한 것 같아 먹지 않고 제조사에 클레임을 제기해 교환을 받았다.

올 들어 된장의 색깔이 검게 변하는 갈변 현상으로 인해 CJ제일제당(097950), 대상(001680) 등 관련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된장 제품 관련 고객 클레임이 작년 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유는 갈변 현상이 주요 원인이었다.
CJ제일제당 ‘해찬들 4선 저염된장’
갈변은 장류가 발효, 숙성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미생물에 의해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해 멜라노이딘(Melanoidine)이라는 갈색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말한다.

집에서 담근 전통 된장도 몇 년 묵은 것을 보면 윗 부분이 까맣게 색이 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갈변 현상 때문이다.

발효가 되기 위해선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온도가 높거나 염도가 낮으면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CJ와 대상 등 된장제조 업체들이 갈변 현상이 다른 때 보다 많이 나타나는 이유를 조사해 보니 역시 온도와 염도가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상 ‘청정원 순창 재래식 안심생된장’
올 여름 무더위가 장기간 기승을 부리면서 상온 유통인 된장이 유통 과정에서 고온 상태에 그대로 노출돼 갈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 제조업체의 설명이다.

또 다른 원인인 염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펼치고 있는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따라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저염 된장 제품을 출시했는데 여기에서 갈변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저염 된장은 기존 제품 대비 염도를 25% 이상 낮춘 제품들이다. 기존 제품들의 염도가 11~12% 수준인데 저염 제품은 8~9%로 낮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금은 식품에서 짠맛을 내는 용도도 있지만 보존료의 역할도 한다”며 “일반 제품 보다 염도를 낮춘 저염 제품에서 갈변 현상이 약 3개월 이상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은 된장이 갈변되더라도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제품의 맛과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 클레임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산·유통과정에서 온도를 낮추고 새로운 포장재를 연구·개발하는 등 갈변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저염 제품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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