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삼성전자 `몇만명 정도는 고객도 아니다?`

쇼옴니아 구매자들 "운영체제 업데이트 차별" 불만 고조
신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다 고객 잃는 우 범하지 말아야
  • 등록 2010-04-28 오전 10:08:31

    수정 2010-04-28 오후 3:38:47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소수의 고객도 만족시키는 `감성경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가!"

삼성전자(005930)가 아이폰에 대적할 야심작인 스마트폰 '갤럭시A'를 출시했던 지난 27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쇼옴니아폰의 업데이트’를 호소하며 올린 글이다.

쇼옴니아폰은 지난 22일 KT 이석채 회장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라고 지칭해 이른바 '서자(庶子)'폰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휴대전화다.

이 회장의 발언은 지난해 말 KT가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시작된 삼성전자와 KT의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KT는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 T옴니아2 등 다른 옴니아 시리즈에 비해 적은 보조금을 쇼옴니아에 지급한 점, 운영체제 업데이트 서비스에서도 쇼옴니아만 제외시킨 점 등을 들어 삼성전자에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SK텔레콤의 T옴니아2는 50만대 이상 판매됐지만 KT의 쇼옴니아는 4만대 남짓 팔리는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 역시 이통사업자인 KT가 애플 아이폰에는 한푼의 보조금도 받지 않은 채 오히려 애플을 대신해 보조금을 내놓는 반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자에게만 보조금 부담을 지우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기 돈’이 경쟁자인 애플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두 대기업의 팽팽한 알력이 어떻게 전개되든 소비자들에게는 사실 큰 관심 사안이 아니다. 정작 큰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적은 보조금 탓에 T옴니아2와 같은 기종임에도 비싼 값을 치러가며 쇼옴니아를 구입했던 고객들은 운영체제 업데이트 서비스에서 소외된 점에 대해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스마트폰에 있어 운영체제 업데이트란 그 단말기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애플은 3년전에 출시된 1세대 아이폰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고객은 “스마트폰의 업데이트는 가전제품의 애프터서비스(After Service)와 같은 것”이라며 “누구는 A/S를 받고 누구는 못받는다면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개월여동안 업데이트를 요구하다 지친 일부 고객들은 “다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겠다”면서 “삼성은 4만여명의 고객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A’가 당초 일정보다 한달 가량 지연돼 출시된 점에 대해 “먼저 출시된 국내 안드로이드폰과 옴니아폰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최대한 수렴해 반영하기 위해 늦어졌다”고 설명해왔다.

그렇다면 쇼옴니아폰 구매 고객들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기업보다 A/S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적은 수의 고객이라 할지라도 팔아놓고 "나 몰라라"해서는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현대 행동경제학에서는 ‘공정성’이라는 변수를 중시한다. 똑같은 돈을 내고도 다른 이들보다 소홀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 어떤 경우보다도 ‘소비자들의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을 잡기 위해 신제품 출시에만 몰두하다가 정작 소중한 고객들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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