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적대적인 부족 간에 아이들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다. 어린이들은 다른 부족의 언어를 배우며 자란 뒤 통역가 겸 외교사절로 활약하게 된다. 이 관례가 생긴 뒤로는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충돌이 훨씬 줄어들고 이해 다툼 조정도 수월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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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소멸하면 그 언어를 써온 집단이나 부족이 수천 년간 축적한 경험과 지혜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파푸아뉴기니의 몇몇 부족은 어떤 나무의 잎을 쓰임새에 따라 12가지 이상으로 다르게 부르고, 북극권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족은 눈을 가리키는 말이 20가지나 된다.
한 나라의 고유한 정서는 모국어로만 온전히 표현할 수 있고 민족 정체성도 해당 민족의 언어로 전승된다. 일제강점기 선조들이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우리 글과 말을 지키려고 한 까닭은 언어를 빼앗기면 민족 고유성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기 쉽지 않다. 생업이나 집안일에 바쁘고, 모국어 동화책이나 교재를 구하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편과 시부모가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엄마나라 말을 배우면 한국어 습득이 다른 아이보다 뒤떨어질까 우려해서다. 심지어 결혼이주여성이 자녀에게 모국어로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엄마나라의 문화와 전통과 관습은 엄마나라 말로만 자녀에게 온전히 전승할 수 있다. 다문화 자녀들이 외교, 무역, 관광,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부모 출신국 간 가교 구실을 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려면 어릴 적부터 양국의 언어와 함께 정서와 가치관도 배워야 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공공기관, 아시안허브와 한국·아시아우호재단 등 시민단체, 지방차지단체 등이 동남아 교사를 초청하고 엄마나라 동화를 제작해 보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형편이다.
모국어를 할 줄 아는 것과 가르치는 능력은 별개다. 현실적으로 원어민 교사 배치가 어려운 만큼 인터넷 강의 교재를 보급하는 한편 결혼이주여성에게 언어 교습법을 지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결혼이주여성이나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다문화 자녀들이 엄마나라 말을 배울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모어가 지닌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고 진정한 글로벌 국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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