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거취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동시에 부재중인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점을 감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흔들림없는 국정 운영을 주문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수용 의사를 전격 밝힌 건 이 총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까지 ‘사퇴 불가피론’이 불거지자 이 총리가 더는 정상적 국정운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순방 효과를 톡톡히 봐야 할 시기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도 읽힌다.
박 대통령은 또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 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건 이 총리를 포함한 최측근뿐만 여야와 정권을 넘나드는 검찰의 전방위적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야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 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최측근의 비리가 포착될 경우 가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제 정치권은 4대 부문 구조개혁과 민생법안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