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화법, 시공을 넘나들다

민정연 전시회, <불안한 아름다움>
  • 등록 2009-11-06 오전 11:38:00

    수정 2009-11-06 오전 11:38:00


 
[노컷뉴스 제공] 민정연의 그림은 마치 고구마 줄기를 보는 것 같다. 그 그림의 표현형태가 그렇고, 고구마 줄기처럼 왕성한 생명력과 번식력이 느껴진다.작가는 이 '고구마 줄기'화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넘나들고, 안과 밖의 구분을 없애고, 평면과 입체를 한 공간에 배치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마치 앙코르와트 열대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그 바위를 깨뜨리고 우람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 장면은 오랜 시간이 묻어나는 현재, 연약함이 견고함을 무너뜨리는 생명력, 그리고 그 대비되는 속성들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민작가의 그림과 많이 닮았다. 아울러, 그의 그림은 입체감이 뛰어나 3차원 영상을 보는 것처럼 실감이 난다.


민작가의 그림은 주제의식이 뚜렸하다. 30대 여성작가인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고독, 굴뚝공장의 공해 등 자본주의 문명의 폐단을 예리하게 환기시킨다. 이러한 주제는 그의 생활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산책 2>(바로 위 그림)는 평화롭게 개를 산책시키고있는 한 남자의 머리 위로 뭉게 구름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구름의 근원지는 공장지대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이다.이 작품은 작가가 산책을 하다가 주변의 공장 매연을 목격하고서 느낀 문제의식을 표현했다.

<사막엔 목동이 없지>(맨 위 그림)에서 문명화된 도시를 상징하는 공장은 마치 사막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사막에는 목동이 없다.안내자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 <산책 2>에서 작가는 현대문명의 폐단을 이야기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폐단의 극복으로새로운 도시, 즉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개척해 나가는 사막의 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파리 생활 7년째인 작가가 그곳에서 살면서 느낌과 사적인 인간관계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느 씁쓸한 오후>(바로 위 그림)는 인간이 갖고자 하는 것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배웅하고 나서 느낀 감정을 형상화한 것이다.

민정연은 처음엔 '어떻게 그릴까'에 매달렸지만, 어느때 부터인가 '무엇을 그릴까'에 천착했다. 그래서 그는 "나의 관심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그림의 주제를 발견하는 데 집중되었고, 관심이 가는 주변환경을 스폰지같이 흡수했다"고 말한다. 그는 길을 걷다가도 작품의 구도와 색상을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민정연의 작품세계에 대해 평론가 김애령씨는 "작가는 화면 안에 어떤 세계를 그릴 뿐 아니라 그 속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자신의 기억,체험, 예감에 형태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화폭 상에서는 자유자재로 공간을 열고 뒤틀고 연결하고 확장하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평했다.

민정연(30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2년 프랑스 파리에 간 이후 줄곧 그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2006년 파리국립 고등 예술학교를 졸업했다.

민정연의 작품전시회는 공근혜 갤러리에서 오는 10일부터 열린다. "불안한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100호 사이즈의 신작 5점과 작품 스케치로 그렸던 드로잉들이 선보인다.

전시기간:11월 10일-12월6일
전시장소:공근혜 갤러리
문의:02-738-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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