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발전전략’ 재검토해야, 일자리 130만개 없어질수도”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계 주장
민간협의체 권고안대로 시행시 산업경쟁력 대폭 위축될 것
  • 등록 2020-07-08 오전 8:55:29

    수정 2020-07-08 오전 8:55:29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정부가 연말까지 UN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을 본격화한 가운데, 민간 주도 협의체들의 권고안대로 전략이 확정될 경우 최대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협회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월 발표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권고안에 대한 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포럼은 정부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지난해 전문가 100여명을 참여시켜 조직한 민간 주도 협의체다. 이들은 205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대비 최대 75%에서 최저 40%로 설정한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어 권고한 바 있다.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들이 205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세우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연말까지 협정에 참여한 모든 국가가 UN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업종 전문가들은 민간포럼 권고안이 국내 주력산업의 현실과 감축수단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이미 2050 LEDS를 제출한 EU와 일본은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각각 5%, 10%의 온실가스만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민간포럼 권고안에서는 45%까지 줄이겠다고 제시했다”며 “감축수단에 대한 목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민간포럼 권고안에서 제시한 석유화학 업종의 핵심 감축수단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라며 “그러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정과 에너지가 필요해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팀장도 “시멘트업종의 핵심 감축수단은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이라며 “폐콘크리트에서 재활용 가능한 시멘트 미분말이 2%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포럼 권고안을 따르기 위해서는 폐콘크리트를 해외에서 대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효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팀장은 “민간포럼 권고안에 따르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공정가스 저감설비를 100% 설치하고, 해당설비의 가동률을 100%로 유지해야 한다”며 “저감설비는 100% 설치는 가능하다해도, 가동률을 100%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30일 정도 소요되는 설비 유지보수도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수단에 대한 대안없이 권고안대로 시행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곧 글로벌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의 위축이나 폐업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5가지 권고안에 따른 국내 제조업의 전후방 산업까지 고려한 고용감소유발효과는 최소 86만명에서 최대 130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토론자로 나선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실장은 “디스플레이 업종을 포함한 국내 주력업종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 감축기술만으로 추가 감축은 어렵다”며 “산업 현실과 감축기술의 발전 속도 등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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