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날씬한 몸매에 집중하는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마른 체형에 대한 선호가 도를 넘게 만연해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젊은 여성들에게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잘못된 체형 인식은 과도한 식이조절을 야기해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섭식장애까지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최근 잘못된 체형 인식이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용제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시행된‘제 4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정상체중(체질량 지수 18.5~ 22.9)의 여성 대상자 중,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는 총 717명에게 주관적 체형인식과 체중조절 행동의 경험에 대해 둘의 관계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자 중 약 40%(295명)가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뚱뚱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중 67.7%는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 균형 잡힌 외모를 갖기 위해 체중 조절을 한다고 답했다. 특히 잘못된 체형 인식을 가진 여성들은 올바른 체형 인식을 가진 여성에 비해 금식이나 폭식, 다이어트 약을 섭취하는 등의 무리한 체중 조절 경험이 많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잘못된 체형 인식이 우울한 기분이나 정신적 스트레스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관적 자기보고 방법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본인이 뚱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위험도가 약 1.8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소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위험도 역시 약 1.65배 더 높았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젊은 여성들이 체형에 대한 잘못된 주관적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잘못된 체중조절 행위를 유발함은 물론, 우울한 기분이나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에 위해를 미친다는 관계성을 입증했다.
연구를 이끈 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는 “(대표성 있는 국가 자료에 근거하여)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올바른 체형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라며 “실제로 서양의 유명 모델들이 거식증으로 사망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잘못된 체형 인식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인간생물학연보‘Annals of Human Bi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