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기 전에 투표부터"
첫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상대적으로 선거경험이 적은 20대들도 당찬 목소리를 냈다. 동작구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안명진(23)씨는 "투표도 하지 않고 정치인들을 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들이 잘못하는 일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투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처음 투표에 참여했다는 대학생 장민지(22·여)씨는 "부모님이 투표하라고 압박을 주신 것도 있지만, 나부터 투표하면 세상이 좀 더 좋게 바뀌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나왔다"며 "생각보다 투표가 어렵지 않고 매우 간단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애우도 소중한 한 표
재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우들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서울 노원구 하계1동 불암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인근 동천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장애우 1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들을 인솔하고 온 생활교사 김모(26·남)씨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공약을 같이 공부하고, 투표현장과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놓고 모의투표까지 진행했다"며 "이분들이 당당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자체가 의미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은 투표 후에도 2인1조로 줄을 지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재활시설로 돌아갔다.
이번 총선부터 선거 당일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이른바 `투표 인증샷`이 허용되면서, 투표소마다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성북구 월곡2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인증샷을 남긴 박성우(24·남)씨는 "정치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여러 사람의 투표 인증샷을 보면서 내가 투표라는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이주영(29·여)씨도 "투표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하나의 권리이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지녔든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께 부탁해서 인증샷을 찍었는데, 페이스북에 올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집값·등록금 해결해주세요"
유권자들이 당선자에게 바라는 최우선은 역시 `민생`이었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대학생 정소라(21·여)씨는 "내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아프다"며 "제발 정치인들이 싸우지 말고 등록금부터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가정주부 이현경(34)씨는 "무엇보다 집값 문제를 개선해 줬으면 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지금도 지원을 받고 있어 괜찮지만, 집값은 정말 젊은 부부들에게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토로했다.
○…"내 한 표가 전환점 되길"
정권교체, 민간인사찰, 막판심판 등 주요 정당들이 선거 쟁점으로 강조한 이슈에 대한 시민의 의견도 다양했다. 구로구 세종과학고 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임진호(35·남)씨는 "그동안 몇 번 선거에 참여했지만, 이번처럼 반드시 투표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가진 것은 처음"이라며 "바쁜 일상에 치여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나의 한표가 정의가 바로서는 세상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상민(42·남)씨는 "민간인 사찰 문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같은 민간인으로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하루바삐 정권교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12년째 거주하는 박모(79·여)씨는 "우리가 어려운 시절에 얼마나 나라를 위해 헌신했는데, 노인들을 무시하냐"며 "모 정치인의 노인폄하 발언을 듣고 분노해 비가 오는날에도 이렇게 나와 투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소 변경 불만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투표소 가운데 9.1%인 1200여곳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와 다른 장소에서 투표를 실시했다. 이에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구로2동 제9투표소를 찾은 공무원 임정미(33·여)씨는 "학교 같은 공공기관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장소를 투표소로 선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로2동 제9투표소는 구로역 인근 공구상가조합 건물 5층에 마련됐다.
같은 투표소를 찾은 강명수(72·남)씨는 "다행히 투표소가 어디로 변경됐는지 미리 파악은 했지만, 한 번 정한 투표소는 최소 몇 년간 계속 유지해야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소 안내를 도운 자원봉사자 이주호(18)군은 "시민들이 변경된 투표장소를 여러번 물어왔는데 가끔 화를 내기도 했다"며 "생업에 바쁜 사람들은 변경 사실조차 모르고 이전 투표소를 찾아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