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말매거진은 경상도 특정 지역에서 즐기지만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별미를 모았습니다.
경남 의령에서 맛볼 수 있는 '의령소바'를 소개합니다. 의령의 또 다른 별미인 망개떡과 쇠고기국밥도 함께 맛보았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투명한 국물에 거무스름한 국수가 그릇 가득 담겨 나온다. 경남 의령 사람들이 자랑하는 향토음식 '의령소바'이다. 소바는 일본말이니 '메밀국수'라고 해야 옳지만, 의령사람들은 그냥 의령소바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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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소바는 60년쯤 전, 의령상설시장 뒤쪽에 있는 '다시식당' 주인 고(故) 김초악 할머니가 처음 만들었다. 식당 주방을 맡고 있는 '이모'가 이름을 설명해줬다. "첫 아기란 소리지." 현재 식당 주인은 50대 중반인 김막내씨. 김초악 할머니의 막냇동생이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80대 중반쯤 된다니, 자매지만 나이 차가 모녀(母女)뻘 된다.
주방에 들어가 소바 만드는 법을 지켜봤다. 큼직한 스테인리스 사발 한편에 볶은 버섯·시금치·양배추를 담는다. 메밀국수를 펄펄 끓는 물이 가득 담긴 냄비에 넣고는 휘휘 젓더니 뚜껑을 닫는다. 2~3분쯤 지났을까, 냄비에 찬물 한 바가지를 확 붓더니 바로 건져 사발에 담고 뭔가 짙은 색깔의 국물을 한 국자 끼얹더니 쇠고기 장조림과 후춧가루, 고춧가루를 얹어 낸다. 국자로 끼얹은 이 국물에 비결이 숨어 있었다. 장조림 국물이다. 의령은 쇠고기로 유명한 지역. 짙고 묵직한 쇠고기 육수와 가볍고 단 멸치 국물이 만나 감칠맛의 깊이와 두께를 만들어낸다.
메밀국수도 대단하다. 쇠고기와 멸치의 연합공격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짙은 갈색만큼이나 메밀향이 진하다. 껍질을 같이 쓰는데도 깔깔하지 않고 매끄럽다.
소바가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냉소바도 만만찮다. 소 사골을 푹 곤 국물을 사용한다는데, 냉면과는 다르지만 나름 완성도 높은 맛이다. 여기에 찬물에 '빤' 메밀국수를 말고 편육과 삶은달걀, 배, 무김치 따위를 얹어 낸다. 고추장과 채를 썬 양배추, 깻잎, 상추, 당근, 땅콩가루를 얹은 비빔소바도 맛있지만 소바나 냉소바에는 좀 못 미친다.
소바·냉소바·비빔소바 가격은 한 그릇에 6000원, 곱빼기 7000원으로 같다. 다시식당(055-573-2514) 외에 의령소바를 내는 식당이 의령군 안에 네댓 집 된다.
외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의령 먹거리는 역시 쇠고기국밥이다. 종로식당(055-573-2785)이 가장 유명하다. 솜씨도 솜씨겠지만 쇠고기 자체가 일단 훌륭하다. 의령 쇠고기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우선 수육을 주문한다.
수육 안주에 소주를 기분 좋게 꺾었으면 이제 국밥을 시킨다. 쇠고기를 진하게 우린 국물에 싱싱한 선지와 콩나물, 큼직하게 썬 무, 파를 넣고 펄펄 끓인다. 고춧가루는 맛을 낼 정도로만 절제했다. 쇠고기국밥 6000원, 곰탕 8000원, 수육 3만5000원(250g)·4만5000원(3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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