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개편 진통 1년째…농가 반발에 협상 중단 선언한 정부

지난해 8월 ‘원유가격연동제’ 개편 추진…낙농협회 반대
농식품부 “농가 피해 오해…신뢰성 훼손해 잠정 협의 중단”
낙농협회 “정부가 프레임 씌워…사료가격 폭등도 고려해야”
  • 등록 2022-07-31 오후 1:58:10

    수정 2022-07-31 오후 1:58:1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1년여를 끌어온 우유의 원유가격 결정 체계 개편이 파국을 맞고 있다. 원유를 용도별로 나눠 생산량과 가격을 차등화하려는 정부 개편안에 낙농업계와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자 잠정 합의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원유가격 협정 시한인 8월 1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정부의 원유가격 개편안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와의 낙농제도 개편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

원유가격 개편을 위해 낙농협회와 지속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최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이번 협의 중단의 원인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원유가격 개편 논의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위원회가 지난해 8월 1일 원유가격을 리터(L)당 21원 올렸고, 이후부터 농식품부가 현행 원유가격 연동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는 쉽게 말해 우유 생산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농식품부는 소비 패턴이나 수요 감소 등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각각 187만t, 31만t을 생산토록 하고 가격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생산자측에서는 차등제가 결국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정해진 생산량(쿼터)이 줄어들어 피해가 예상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소통을 강조하고 농식품부도 개편안 일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협상은 진전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협의를 중단한 것은 최근 잇달아 실시하고 있는 업계와의 설명회·간담회의 저조한 참석이 이유로 풀이된다. 최근 개최한 설명회마다 참석자 1~3명에 불과했는데 여기에 낙농협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원유가격 개편안. (사진=농식품부)


낙농업계 우려에 대해 농식품부는 오해라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 제도를 개편해도 쿼터는 그대로 유지되며 가격이 좀 더 낮은 가공유로 생산해도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업체가 가공유를 구입토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고 음용유 물량을 고르게 배분해 형평성도 안배하겠다는 방침이다.

낙농협회는 정부의 소통 부재를 문제로 삼고 있다. 낙농협회는 정부가 협의 중단을 선언한 28일 성명을 통해 “최근 농식품부는 협회가 정부안을 오해하고 낙농가를 선동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협회를 패싱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주초 진행된 설명회에서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회가 긴박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최근 사료가격 폭등에 따른 농가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원유가격 결정 시한을 넘기더라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돼 당장 우유 대란 등의 우려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유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 소비자는 물론 유가공업체 등 관련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속한 논쟁 매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논의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낙농가·농협·지자체와의 간담회·설명회는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낙농협회와도 신뢰가 회복돼 여건이 개선되면 즉시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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