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TMI]`獨 헤리티지 DLS`는 왜 만기 연장 가능할까

헤리티지 투자 싱가포르 역외펀드 기초자산으로 발행
DLS의 탈을 쓴 사모 재간접 펀드 성격
"시행사 신용으로 수익금 준다더니…만기 연장"
  • 등록 2019-10-20 오후 2:21:58

    수정 2019-10-20 오후 2:21:5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여의도 증권가는 돈 벌기 위한 정보 싸움이 치열한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쪽지와 지라시가 도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인 곳입니다. 너무 정보가 많아서 굳이 알고 싶지 않거나 달갑지 않은 내용까지 알게 되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신조어도 있는데요. TMI일 수도 있지만 돈이 될 수도 있는 정보, [여의도 TMI]로 풀어봅니다.

DLS(파생결합증권, derivatives-linked securities), DLF(파생결합펀드, derivatives-linked fund).. 요즘 금융시장은 이 두 녀석 때문에 아주 시끄럽습니다.

문제가 된 DLF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6개월내에 -0.20~-0.33%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정말 그런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약속한 금리를 준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0.70%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의 90% 이상 손실을 보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고 원통한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이 발행하고 신한금융투자 등이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DLS 신탁’은 만기 2년 1개월이 지났는데도 파워플랜트 개발 사업 인허가 지연으로 수익금을 아예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할 수 없이 만기를 연장했죠. 만기 연장이 최장 2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고 합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DLF·DLS 형제지간인데..만기 연장 여부 다르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DLF, DLS 이름도 비슷한 두 녀석이 어떤 것은 만기 연장 따윈 없이 1억원이 몇 백만원 수준으로 추락했는데 어떤 것은 만기 연장을 해가면서 손실을 확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둘은 거의 형제간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코스피 등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주가연계증권)도 비슷합니다. 주식,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면 ELS이고 금, 은, 원유, 통화, 금리, 펀드 등 주식, 주가 이외의 것들을 기초자산으로 해 증권사가 발행하면 DLS입니다. 판매사가 은행이면 살짝 바꿔 DLF(증권사 발행 DLS를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편입해 은행이 판매할 경우)라고도 팔죠.

하지만 그 결과는 참 다릅니다. DLF, DLS 등 이런 파생상품은 어떻게 구조를 짜느냐에 따라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된 독일 국채금리 DLF는 만기 내에 기초자산이 어느 기준선을 넘지 않으면 투자자가 사전에 정한 원금과 수익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일종의 확률 게임이죠. 그러면 금융회사 입장에선 6개월 뒤에 독일 국채금리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기준선만 안 넘으면 수익금을 돌려줘야 하니 독일 국채금리 선물 등에 투자해 헷지를 합니다. 헷지가 이뤄진 상품을 해외에서 그냥 사오기도(백투백, Back to back) 하죠. 주식을 예로 들면 주식에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그대로 보지만, 이런 파생상품에 넣으면 주가가 기준선까지만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얻게 됩니다. 이런 게 파생상품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한 동안 이런 ELS 상품들이 히트를 치기도 했었죠.

그러나 독일 헤리티지 DLS는 좀 다릅니다. 이 DLS는 독일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옛 돌핀트러스트)이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의 역외펀드(AGPI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합니다. 펀드가 수익이 나면 수익이 나는 대로, 손실이 나면 손실이 나는 대로 수익률 자체가 펀드에 연동됩니다. DLS로 받은 자금 또한 직접적으로 펀드에 투자해 헷지합니다. DLS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모 재간접 펀드에 가깝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초자산이 지수인 경우에는 선물 등으로 헷지를 하지만 주식형 펀드나 특정 종목이 기초자산일 때는 해당 자산을 직접 사서 헷지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며 “펀드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펀드가 투자한 파워플랜트 개발사업이 지연되니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돈을 지급하려고 해도 파워플랜트 부지 등을 매각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만기 연장’이란 카드가 나왔습니다. 고객들에게 판매할 때도 만기시 펀드 자금이 미회수되면 원금, 수익금 지급도 지연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고 합니다.

형제지간 같은 파생상품이라고 해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내 투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는 물론이거니와 수익 구조 또한 다릅니다. 일각에선 독일 부동산 가격이 올라있어 파는 데 시간이 걸릴 뿐 독일 국채금리 DLF처럼 손실을 볼 가능성은 적다고 합니다.

“만기 2년, 완공 전에 돈 준다고 하더니..”

그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1800년대, 1900년대 지어진 건물을 새로 짓는 헤리티지 사업, 딱 봐도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한데 왜 2년 만기로 했을까요? 자금을 좀 더 쉽게 모으기 위해서였겠죠. 만기가 됐을 때 저먼프로퍼티그룹의 신용과 선분양대금으로 원금과 수익을 상환할 것이란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사업이 지연되니 선분양대금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약속했던 신용대출로 원금을 상환할 수는 없는 건가요? 인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금을 모으면서 2년 만에 14% 내외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태국 등 아시아쪽으로 동시에 자금 모집을 나선 저먼프로퍼티그룹은 믿을 수 있는 곳 일까요?

DLS라는 껍데기만 씌우면 기초자산을 두고 확률게임을 하든, 사모 재간접펀드 같은 상품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국민이 이런 금융상품들을 이해할 만큼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지, 아니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조차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상황인지부터가 의문입니다. 금융사에서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조차 이해하기 힘든 구조인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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