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가상 화폐 규제를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커 지난주 ‘검은 금요일’을 보내며 폭락 장을 겪은 가상 화폐 시장에 당분간 규제 움직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당국, 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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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상 화폐) 거래소가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지키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정금융정보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거래 정보 보고 대상과 내용 등을 규정한 것이다. 적용 대상은 KDB산업은행 등 국책 은행과 일반 은행, 증권사, 협동조합 은행, 보험사, 카지노 사업자 등으로 한정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8년 업무 계획’에도 이 같은 방안을 담았다. 금융위는 “필요하면 가상 통화 취급업소에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필요한 경우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도 거래소에 직접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도 현재 비슷한 방안을 만들어 놓고 회람 중이어서 곧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 거래 대금 반입 등 불법 금융 거래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보편적인 규제라는 얘기다.
가상 화폐 거래소 규제는 자금 세탁 방지라는 본래 목적 외에 투자자 보호, 투자 과열 진정 등의 효과도 부수적으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시행한 ‘가상 통화 관련 자금 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는 가상 화폐 거래소가 거래소 재산과 이용자 예탁·거래금을 분리해 관리하는지 은행이 확인토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런 점검 의무를 거래소에 직접 부여하면 가상 화폐 투자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당국 “제도권 편입 아냐”…법안 국회 통과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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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방침이 가상 화폐 거래소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이런 해석에는 명백히 선을 긋고 있다. ‘거래소 폐쇄’라는 법무부 안은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변수는 있다. 정부 방안을 추진하려면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해서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이 규제 강화에 선뜻 나서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2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상 화폐 거래소를 제도화해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의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가상 화폐 거래소를 금융위가 인가하고 금융감독원이 이를 감독하라는 것이다. 거래소의 제도권 편입을 꺼리는 정부와 여당과는 정반대다.
최근 잇따른 악재로 찬바람이 부는 가상 화폐 시장 동향도 정부 정책 추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거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폭락 장에서 새로운 규제 칼을 빼들기는 금융 당국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국은 다음 달 19·2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하는 G20 재무장관회의 논의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 화폐 거래 규제를 위한 국제 공조 추진 여부에 따라 시장 상황은 물론 정책 방향 등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