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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하반기 착공” vs 서울시 “차근차근 따져봐야”
정부는 지난 18일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서울시와 협의해 2~3년이 걸리는 용도지역 변경, 건축 인허가 등의 절차를 1~2년 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한전 부지 개발을 위한 첫 삽을 뜨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셈이다.
그러나 인허가·협상권을 쥔 서울시는 정부가 착공 시기를 정한 데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사업 개발을 일부러 지연시킬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도시 계획·건축 위원회, 시의회, 수도권 정비 심의, 군사 협의 등의 과정을 내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적극적 협력이 아닌 내년 말이라는 (착공 시기)언급이 당황스럽다”며 “의견 개진 과정에서 재심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한번에 통과한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에 따르면 선정된 16개의 대상지 가운데 현재까지 총 4건의 도시계획 사전 협상이 완료됐다. 서울 용산구 용산 관광버스터미널(1만8953.7㎡)사업은 2010년 8월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 2013년 10월에 협상이 완료됐다. 강동구 서울 승합 차고지(09년 9월~12년10월)·마포구 홍대 역사(10년 2월~13년 8월)도 평균 3년을 웃돌았다. 시 관계자는 “한전 부지 개발을 위해 논의를 2~3배 빨리 진행해야 하는 셈”이라며 “자칫 특혜 시비가 나올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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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정부가 발표할 기업소득 환류세 시행 규칙도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시행 규칙을 통해 부동산 매입 후 1년 내에 착공하는 경우에만 업무용 투자로 인정해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인허가 등 착공 이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복잡한 만큼 착공의 기준 시점을 ‘부동산 매입 후’가 아닌 ‘지자체의 허가 신청 후’로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시가 지난해 9월 한전 전체 부지(7만9341.8㎡)의 19%(1만5074.9㎡ ) 이상은 국제업무·전시·컨벤션·문화·오락(MICE)공간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시는 한전이 부지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던 점을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쉽게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지을 것으로 알려져 순수 업무용 부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방향에 동의한다”며 “다만 기업소득 환류세 등이 압박으로 작용해 초고층 빌딩을 짓는 한전 개발사업이 서둘러 진행되고 방향이 어긋난다면 자칫 졸속 행정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