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회사생활을 하면서 잠재됐던 상상력도 떠오르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작업하면서 큰 공감과 위로를 얻어요.”
‘엉큼한 속셈’ 또는 ‘속보이는 짓’을 뜻하는 ‘수작(酬酌)’이 아니다. ‘직접 손수 만든다’는 ‘수작(手作)’을 말한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한 동호회 얘기다. 이름 그대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직접 수작업해 완성물을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손 뜨개질은 물론 양초, 비누, 액세서리, 곰 인형, 그릇도예, 가구 등을 ‘뚝딱’ 만들어낸다.
|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수작 동호회 회원들이 재능기부 활동으로의 일환으로 직접 만든 천연비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완성품들은 엔젤스레이븐(구 은평천사원) 보육아동들에게 전달돼 쓰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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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멤버였던 디자이너 변정원씨가 전공인 공예학을 살리고자, 마음 맞는 주변인과 하나 둘 모여 시작한 게 ‘수작’의 출발점이 될 거라곤 짐작도 못했다.
지난 2012년 11월 만들어진 수작은 지금 50명이 넘는 회원이 모이는 작지도 크지도 않는 중간 규모의 동호회로 성장했다. 패션이 직업인 사람들이 모인 만큼 동호회 작업이 일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상품기획자(MD), 디자이너, 영업 등 다양한 업무와 직급, 성비가 고루 분포된 것이 특징이다.
동호회 총무도 겸직 중인 변정원 디자이너는 “디자인실 실장부터 사원까지 다양한 직급이 모여 서로의 취미와 재능을 공유한다”며 “관심 분야로 친목도 다질 수 있고 금속 공예나 가구 제작 등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귀띔했다.
태교를 위해 가입한 신규 회원도 있는가 하면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창작물을 내 아이나, 부모, 혹은 배우자 또는 자신에게 선물하는 등의 작은 행위로 ‘소소한 행복’을 알아가는 게 변 디자이너가 설명하는 수작의 존재 의미다.
| 재능나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만든 천연비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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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을 종사하는 만큼 동호회 활동이 새로운 영감 발굴의 장이 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 회원은 “풀리지 않던 회사 일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 가끔 아무생각 없이 작업장에 들른다”며 “나이와 직급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또다른 창의성을 얘기할 때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자신감 같은 감정들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재고 의류로 쿠션을 만들거나 재능기부에 동참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동호회 활동이다.
변 디자이너는 “천연비누를 제작해 완성품을 엔젤스레이븐(옛 은평천사원) 보육아동에게 전달하는 등 곰인형을 만들어 난치병 어린이들에게도 선물했다”며 “가진 재능을 활용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감과 위로가 된다”고 흐뭇해했다.
수작 회원들이 만드는 창작물은 거리에 내다 팔아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수작은 재능기부 활동에도 더욱 관심을 갖고, 추후 연말께 작품을 모아 작은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